[사설] 구체안 없는 ‘맹탕 연금개혁안’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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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계획에 보험료 인상안 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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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눈치보기…신뢰 잃으면 더 큰 화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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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안정장치는 긍정적, 국회가 서둘러야
정부가 보험료 인상 방안이 없는 ‘맹탕 연금개혁안’을 내놨다. 이달 초부터 이런 조짐이 보이더니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윤석열 정부가 여느 정부보다 연금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한 터라 실망스럽다.
보건복지부는 27일 5개 분야 총 15개 과제를 담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보험료율 인상 목표를 명시하지 않았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관련 의견이 다양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폭넓은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국회 연금개혁 특위에서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조개혁 논의가 진행중인 점을 들었다.
국민연금의 상황은 최악이다. 전 정부에서 손을 대지 않는 바람에 기금 소진 시기가 2057년에서 2055년으로 당겨졌다. 1990년생이 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고, 받으려면 2055년에 후세대가 소득의 26.1%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2080년엔 35%를 내야 한다. 이창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전 한국연금학회장)는 “이대로 두면 나라가 파탄 난다”고 경고한다. 이런 일을 막고자 지난해 8월부터 재정계산위원회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고 지난 19일 24개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유력한 대안이 ‘보험료 15%, 연금수급개시연령 68세로 연장, 기금운용수익률 1%p 상향’이었다. 하지만 이 중 기금수익률 부분만 취하고 두 가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는 한꺼번에 15%로 가기 힘들면 우선 현 정부에서 12%까지만 올리고, 이후 숙제는 다음 정부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25년간 묶인 ‘보험료 9%’라는 마의 벽을 깨는 게 절실한데도 정부가 외면했다.
그간 재정계산위원회·국회 연금특위에서 다루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샅샅이 훑었다.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과 합의만 남았을 뿐이다.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가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정부는 구조개혁을 내세우며 발을 뺐다. 사전 브리핑 날짜까지 바꾸며 막판까지 고심했다는데, 뭘 두고 그리했는지 빤히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을 두고 저울질했을 것이다. 민생이 어려운 때에 보험료 인상 카드가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연금개혁을 강조했다. 그런데 연금개혁의 첫 단추부터 끼우지 않는 모습을 보고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까. 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 더 믿음을 주지 않을까.
이번 종합운영계획에서 평가할 만한 부분도 있다. 인구·경제여건 변화에 맞춰 자동으로 연금을 삭감하는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이나 확정기여방식 전환을 두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점이다. 선진국도 대부분 이런 장치를 두고 있다. 당장 도입하기 힘든 제도이긴 하지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재정 수급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춘 뒤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또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 대신 실질소득 강화, 연금기금 전략적 자산배분 권한의 기금운용본부 이관 등을 제시했는데, 이런 건 조속히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맹탕안’은 이제 국회로 간다. 야당이 강하게 비판한다. 정부·여당은 그런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후에는 서로 손을 잡고 개혁에 나서야 한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21대 국회 내 개혁 완수”를 공언해 왔다. 약속대로 하려면 특위 가동 속도를 높여야 한다. 여야가 민생 우선을 선언했는데, 연금개혁만 한 게 없다. 21대 국회가 총대를 메고 마무리한다면 박수받고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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