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응원은 집순이도 외출하게 만든다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기타는 집에서 켜면 되니까 나 같은 집순이에게 최적화된 취미다. 새삼 기타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집순이에게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큰일이다. 게다가 요즘 같은 날씨는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크나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요즘 일주일에 한 번 기타 레슨날 외에는 거의 외출하지 않는다. 눈 뜨자마자 일하고, 그러다 기타 연습하고, 연습이 뜻대로 안 되면(매우 잦은 일이다) 다시 일하고, 사이사이 일과 관계 없는 책이나 OTT를 본다.
그러니 기타는 밖으로 나가서 크게 많이 움직이기보다 조용히 앉아 사브작사브작 뭔가 하는 걸 즐기는 나에게 잘 맞는 취미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만약 집에서 연습하기 힘든 드럼 같은 악기였다면 한참 전에 때려치웠을 수 있겠다.
내 꿈인 환갑 버스킹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봤다. 내 생일은 겨울인데 너무 춥지 않을까?
내 집에서 가상의 관객을 두고 나 혼자 해도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어디 나가서 뽐내는 걸 즐기는 성격도 아니고, 그러려고 시작한 기타도 아니다.
취미 하나쯤, 기왕이면 악기로, 그렇게 여차저차 기타를 배우게 됐다. 그러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꿈을 꾸게 됐다. 그러니 내가 기념하고 싶은 날, 내가 만족하면 되는 것 아닐까. 환갑 버스킹을 밖에서 한다 해도 몰래, 조용히 하는 건 어떨까.
최근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연습하기 시작하면서 기타 선생님이 “두 달밖에 안 남았다”고 수시로 강조하시길래 “내 환갑 버스킹은 아직 한참 남았다”고 응수했다. 기타 선생님은 고개를 떨구셨다.
“환갑 버스킹은 너무 먼 일이에요. 그러니까 더 안 늘죠. 남 앞에 뽐내는 걸 좀 목표로 해보세요. 그래야 늘죠.”
고백하자면 그 옛날 학창 시절부터 나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학생이 아니었다. 그런데 마흔 넘어서 기타 선생님 말을 들을 리가.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칼럼 “펭수와 듀엣을 꿈꾸며”가 나간 후, 많은 펭클럽(펭수 팬) 여러분이 좋아요와 댓글로 응원해주셨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마음이 따듯해졌다. 댓글 중에는 ‘환갑 버스킹에 펭수와 펭클럽 초대해주세요’라는 말도 있었다.
이렇게 큰 반응과 응원은 예상 못한 일이다. 그저 펭심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을 뿐인데…. 어떡하지. 어쩔 수 없다. 집순이를 탈피해서 추위를 이겨내며 관객을 앞두고 환갑 버스킹을 하는 수밖에. 그러려면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펭수도 말했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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