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도전은 경제적 불평등
김병연·김선혁·허재준·한준·김재석 지음
아카넷
“자본주의의 미래는 기술 발전과 경제적 불평등, 자연환경의 파괴라는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다섯 명의 학자가 자본주의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했다. 김병연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을 가장 어려운 도전으로 꼽았다. “불평등한 자본주의가 ‘너’와 ‘나’를 갈라놓음으로써 민주주의를 질식시킨다면 인류사회의 가장 중요한 두 제도는 이별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증기기관과 전기, 컴퓨터와 인터넷, 인공지능과 로봇처럼 경제와 사회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게 범용기술이다. 이를 집중 분석한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의 논문은 경제사를 적재적소에 인용해 흥미로웠다. 허 원장은 범용기술의 확산기에는 소득불평등 악화로 사회 갈등이 커지기 때문에 정치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환기에는 이해 조정이 긴요한데 포퓰리즘에 맞서기는커녕 정제되지 않은 민주주의에 중독된 팬덤과 그에 편승한 정치가 사회의 이해 조정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정보통신기업(ICT)의 조직 문화를 다룬 김재석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의 논문은 기사처럼 속도감 있게 읽힌다. 구글의 ‘협업과 모험의 문화’를 집중 분석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자주 언급하는 ‘좋은 일 하기(doing good)’가 히피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좋은 일 하기’는 단순한 기업이익 극대화를 넘어 가족·지역사회·국가·세계에 기여하자는 것이니, 공유 혹은 나눔의 정신과 이타주의를 내세운 히피 운동과 연결된다는 해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수평적 조직과 협업 시스템, 직원 복지 등은 장점이지만 높은 노동강도와 무한경쟁은 단점이다. 재택근무가 노동시간과 여가시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가정의 일터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 기업을 벤치마킹한 한국과 중국의 ICT 기업은 중심이 아닌 주변부라는 한계와, 잔존하는 동아시아의 위계적 기업문화 탓에 문제가 더 심하다. 중국 직원들은 “출근하면 996, 병나면 ICU”라고 한다. 996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주 6일 노동한다는 뜻이고 ICU는 중환자실(Intensive Care Unit)이다. 대우학술총서로 묶여 나와선지 좀 딱딱한 논문도 있다. 관심 있는 논문만 골라서 읽는 발췌독도 괜찮겠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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