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시사일본어] 연금 격차
일본에서도 저성장과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생활고를 겪는 고령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노후 격차(로고카쿠사, 老後格差)나 연금 격차(넨킨카쿠사, 年金格差)등의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배경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대 연 평균 소득은 545만7000엔(약4900만원)인 반면, ‘고령자 세대’는 318만3000엔(약2860만원)에 불과했다. 2500여만 고령자의 60%가 소득의 80% 이상을 공적 연금에 의존하고 있고 그중의 73%는 소득 전부가 공적 연금이다.
일본의 공적 연금제도는 2층 구조다. 1층은 전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이고, 2층은 직업에 따라 추가 부과되는 후생연금이다. 2015년 시행에 들어간 ‘피고용자 연금 일원화법’에 따라 공무원과 민간 기업 회사원은 후생 연금으로 통합됐다. 고령자들이 노후에 받는 월 평균 연금액은 국민연금이 5만6479엔, 후생연금은 14만5665엔 정도다. 후생연금 수급액은 근무한 직종의 임금이 많을수록, 근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늘어나게 된다.
길어진 노후에 경제적 여유를 가지려면 연금액을 높이거나 퇴직 전까지 개인 저축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장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개인 자산을 축적한 일본인들이 많진 않다. 노후 생활 자금을 공적 연금에 매달리게 되는 이유다. 공적 연금제도가 비교적 충실하다고 평가받는 일본에서도 연금만으론 안정된 노후 생활이 어려워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수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경우 가입자별로 수급액 차가 크다. 게다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과의 연금액 격차는 더 벌어진다. 노후 생활의 연금 격차에 따라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보험료율 인상과 수급 연령을 늦추는 개선안은 초기 논의 단계부터 삐걱거린다. 직역별 연금 통합은 국민연금 개혁보다도 훨씬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연금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한민국 공동체의 통합과 안정이 달려 있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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