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로봇과 공존 시대, 좋은 종교도 예술만큼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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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찾아서] 뇌과학자·신학자의 대화
종교와 과학은 공존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논쟁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주제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두 사람이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뇌과학자인 정재승 KAIST 교수와 종교-과학 연구의 권위자인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미하엘 벨커(Michael Welker) 교수다. 한신대학교 종교와과학센터(센터장 전철 교수)는 서울대-한신대 포스트휴먼연구단과 함께 벨커 교수를 초대했고, 한신대-KAIST 종교와과학 공동연구를 기념해 두 교수의 대담을 마련했다.
초월·신비주의, 종교 잘못 이해한 것
미하엘 벨커(이하 벨커): 저는 하이델베르크와 튀빙겐에서 신학과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과학과 신학의 대화에 관심을 갖고, 1980년대 프린스턴, 바티칸, 버클리 등에서 진행된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첫 단계에서는 학문간 대화의 방식에 대하여, 다음은 물리학과의 대화를 통해 창조, 종말, 부활을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영적인 몸(spiritual body)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물학의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다음으로 인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는데, 뇌과학자인 당신의 관심사와 가깝습니다.
정: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요? 신의 존재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데 왜 우리는 영성과 신을 추구해야 할까요?
벨커: 저는 우리 사회가 종교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종교를 단순하고 접근하기 쉽게 만들려고 합니다. 초월과 신비주의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종교는 예식, 교육, 감정, 마음, 영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힘을 펼쳐서 대중이 경전의 전통과 종교의 풍요로움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 현대 신경과학에서 뜨거운 주제 중 하나는 도덕의 기원입니다. 많은 사람이 도덕은 종교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같은 잔인한 테러와 전쟁은 종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벨커: 도덕이란 소통과 존중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됩니다. 다음에는 무엇에 존경을 표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여기에 종교가 들어옵니다. 종교의 여러 율법은 정의, 자비, 믿음을 강조합니다. 정의와 약자에 대한 배려는 종교의 보편적인 양식입니다.
정재승: 그렇다면 하나님은 이 복수의 악순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족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나요?
정: 테러나 정치적 갈등, 민족·국가·성별에 대한 혐오를 줄이기 위해 종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벨커: 종교는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면 다른 신을 믿는 종교 간에도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분법적인 사고를 넘어서는 이해와 교육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언젠가는 감정 지능이나 영성까지 인간 수준으로 접근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이 인간의 특별한 지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신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개념과 연관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텐데, 100년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종교를 가지고 있을까요?
벨커: 저는 기술 발전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는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언젠가는 좋은 종교와 종교적 통찰력도 좋은 예술만큼 소중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당신과 같은 최고의 과학자들도 종교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만 “모든 종교는 나빠. 난 관심 없어”라고 말하죠. 물론 교회의 세속화나, 지나치게 단순한 하나님에 대한 개념, 막연히 감정적인 낭만주의 등은 극복해야 합니다.
시대 뛰어넘어 인간은 절대자 추구
벨커: 원시적 전능성, 신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생각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사유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전능은 재앙 속에서도 새롭고 선한 것을 창조하는 힘입니다. 종교의 두 가지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전능한 신에 대한 신뢰를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창의성입니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연관시키는지가 중요합니다.
정: 사실 종교적인 마음으로 뇌를 연구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물리학자는 관찰 가능한 것만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물리량을 관측할 수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신이나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관찰 가능한 양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벨커: 과학자들도 보이지 않는 양자의 존재를 믿지 않습니까? 저는 모든 종교 전통에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관찰 가능한 신의 표징을 어떻게 다루고 있습니까? 당신의 신은 창조적인 신입니까. 아니면 그저 통제하고 지배하는 신입니까? 저는 여기서 신학과 과학의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전적으로 당신의 접근 방식에 동의합니다. 종교, 과학 등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지혜는 매우 중요하며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 종교 사회 내에서도, 혹은 다른 종교 사회 간에도, 혹은 종교 사회와 저 같은 무신론자 사이에서도 사회적 갈등이 많아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깊은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을 자주 방문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벨커: 우리 만남을 정말 고대했습니다. 무신론자라고 하셨는데 왜 종교에 관심이 많으신지요.
정: 그것은 삶의 가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21세기 신경과학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가 목표 설정, 가치 평가, 쾌락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찾아낸 것이죠. 즉, 우리 뇌는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목표의 가치는 무엇인지, 보상은 무엇인지, 가치를 추구하는 즐거움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습니다. 우리는 왜 이런 종류의 뇌를 가지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일까요? 저는 그것이 종교적 질문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수천 년이 지난 후에도 지속된다면, 그때도 우리는 종교적 측면과 과학적 측면에서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더 중요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 다른 방식과 다른 관점에서 이 질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벨커: 네. 멋집니다.
정: 멋진 대화에 감사드립니다.
정리=정영재 문화스포츠에디터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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