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강과 호수 위한 다이어트·운동 처방
강찬수 지음
지오북
여름이면 전국 곳곳의 호수와 강은 짙은 녹색으로 변한다. 심한 곳은 악취가 진동하고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닌다. 녹조(綠潮)가 창궐하기 때문이다. 녹조는 강이나 호수, 바다에 조류(algae)가 자라서 짙은 녹색을 띠는 현상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우리 사회는 녹조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10년 넘게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간지 환경전문기자가 쓴 이 책에는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녹조라는 환경 난제를 과학적으로 풀어보려는 저자의 고민이 담겨 있다.
30년 동안 전국의 강과 호수를 다니면서 녹조 현상을 취재한 저자는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남조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남세균이 녹조와 함께 독소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독소는 생태계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저자는 “강이나 호수에 사는 남세균 중에는 독소를 만드는 종류가 있는데 이들이 짙은 녹조를 형성할 경우 주변 공기에서도 독소가 검출될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녹조 문제를 남세균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녹조가 번성한 데에는 인간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하수처리장이나 폐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속에는 질소나 인 같이 조류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양물질이 들어 있다. 오염물질이 많이 유입될수록 조류에게 영양제를 주는 셈이다. 강의 흐름도 중요하다. 수온이 높은 상태에서 강물을 막으면 그만큼 녹조가 발생하기 쉽다.
저자는 녹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람이 조절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영양화를 막고 남세균이 녹조로 자랄 틈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부영양화를 막는 것을 다이어트에, 강물이 흐르도록 하는 것을 운동에 비유하면서 강과 호수가 건강해지려면 이 둘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4대강) 보 수문을 열어 원래대로 강이 흐르도록 하면 체류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뭄에 대비해 물을 확보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깨끗한 물이야 가치가 있는 수자원이지만 오염된 물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오·폐수에 불과하다고.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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