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진심은 쓰레기통에 버려졌고, 소년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27일 네덜란드의 AFAS 스타디온에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E조 3차전 AZ알크마르와 아스톤 빌라의 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장에 유독 눈에 띄는 '플래카드'가 하나 걸려 있었다. 그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무사 디아비, 당신의 유니폼을 가지고 싶어요."
아스톤 빌라의 공격수 디아비의 소년팬이 붙여놓은 글귀였다. 그 소년은 영국에 산다. 디아비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싶어 네덜란드까지 날아왔다고 한다. 진심을 담았다. 프랑스 출신인 디아비가 잘 읽을 수 있게, 손수 프랑스어로 썼다.
그런데 그의 진심은 무참히 짓밟혔다. 경기장 관리인이 그 문구를 보고 부적절하다고 판단을 했던 것 같다. 자신이 손에 들고 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디아비가 더 잘 볼 수 있게 플래카드를 경기장에 걸어놨다. 이것이 문제가 됐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경기장 관리인은 그 현수막을 철거했다. 그리고 소년에게 돌려주지 않고, 무참히 찢은 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바로 옆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소년은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소년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자신의 진심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소년. 상심한 소년. 비참했던 소년. 그런데 그에게 상상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 슬픈 사연이 경기가 끝난 후 아스톤 빌라 라커룸에 전해졌고, 디아비의 귀에 들어갔다. 디아비는 바로 행동으로 나섰다. 경기장으로 나가 소년을 찾았고, 소년에게 유니폼을 선물했다. 그리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눈물범벅이던 소년은 그제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해피 엔딩이었다. 아스톤 빌라도 4-1 대승을 거두며 소년과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이 장면을 바라본 아스톤 빌라의 팬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나는 이런 장면을 전적으로 사랑한다. 아스톤 빌라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 이 소년의 밤은 눈물로 시작을 했지만, 이를 바로 잡았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스토리다. 우리에게 이런 일을 해주는 클럽이 우리에게 가장 특별한 클럽이다. 오늘 밤은 그 소년의 밤이 될 것이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무사 디아비와 팬, 팬의 현수막, 울고 있는 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데일리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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