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위험 처한 제왕나비 따라 떠난 여정
3~5세대 걸쳐 생존 위해 대이동
멕시코서 캐나다 오가는 길 따라
저자 264일 동안 자전거로 달려
애벌레 ‘주식’ 자생지 개발 등 영향
군집 규모 갈수록 감소 현실 목도
“나비들 존재하기 때문에 구해야”
그 많던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사라 다이크먼/이초희 옮김/현암사/1만9500원
“나뭇가지 사이로 태양의 온기가 종일 쏟아지자, 제왕나비들은 날개를 펼치고 비늘을 반짝여 고마움을 표했다. 봄 햇살을 받은 수천 마리의 나비가 주황빛 날개를 파랑이며 하늘로 항해를 시작했다. 하늘을 가득 채운 나비들이 푸른색을 배경으로 시를 짓고 바람을 따라 춤을 추었다.”
이른 봄 북동쪽으로 날아가는 제왕나비들은 미국 남부 텍사스로 넘어서면서 바람에 따라 넓게 퍼지며 여정을 이어간다. 암컷들은 이때 알을 낳기 위해서 우유빛 액상이 나오는 잡초 ‘밀크위드’를 찾아 나서고, 찾아낸 밀크위드 잎에서 알을 낳는다. 암컷 한 마리당 보통 300~500개 정도를 낳고, 그렇게 태어난 다음 세대의 제왕나비도 부모가 하던 여행을 릴레이로 이어간다. 미국을 거쳐 캐나다로.
제왕나비의 운명처럼, 다이크먼의 자전거 여행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나비와 달리 땅 위를 달려야 하기에 길을 찾아서 자주 돌아가야 하고, 끊긴 도로 때문에 한참 되돌아가기도 한다. 숙소를 잡지 못해 길가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기도 한다. 자전거를 타고 제왕나비와 긴 여정을 함께 하면서 어느 순간 다이크먼은 제왕나비가 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제왕나비를 따라서 멕시코, 미국, 캐나다 3국을 가로지르는 여정 속에서도 그는 위기를 맞은 제왕나비의 현실을 목도한다. 멕시코에 모인 제왕나비 군집은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1996년 20㏊를 차지한 군집 규모는 2019년 2.83㏊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제왕나비 개체의 90%가 사라졌다고 보는 과학자도 있다. 제왕나비 애벌레의 주식인 밀크위드가 자생하는 땅에 주택과 대규모 상업지구가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다.
“웅크린 제왕나비는 마치 불가능한 문장의 마침표 같았다. 그들은 존재한다. 이 작은 생명체들은 대륙만큼 큰 불가능을 이기고 돌아왔다. 위험은 계속 늘어나겠지만 함께 위험에 맞설 군단 역시 늘어날 것이다. 나비, 인간, 이웃 생명체들이 모두 힘을 모은 이 군단은 함께할 때 강해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여러 제왕나비가 모여 대이동을 해내고, 짧은 거리가 모여 모험이 되고, 여러 정원이 모여 해결책을 내놓듯, 우리의 목소리가 모일 때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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