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처럼 일했더니 사장 됐네요”…‘디저트 맛집’ 만드는 황금손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2023. 10. 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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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티엠지홀딩스 대표
세계 유명 식품박람회 돌며
‘개척 영업’으로 회사 일궈
일본 르타오·태국 피쇼 등
국내 들여와 줄줄이 흥행
“영업은 남을 설득하는 일
제품 좋으면 입점 걱정없죠”
김재원 티엠지홀딩스 대표 [김호영 기자]
르타오, 베질루르, 도쿄밀크치즈팩토리. 백화점이나 스타필드와 같은 대형쇼핑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해외 디저트 맛집이다. 이런 맛집 10여곳을 국내로 들여온 주인공은 김재원 티엠지홀딩스 대표(48)이다. 식품유통업계에서 10개 브랜드를 가져오면 보통 잘해야 성공확률이 20%지만, 김 대표는 70% 가량 성공해 업계에서 ‘브랜드 헌터’로 불린다.

1975년 생인 김 대표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로 편입해 마케팅을 전공했다. 광산업을 하던 부모님 덕에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엄격한 아버지는 돈이 아닌 독립정신을 그에게 물려줬다. 육포를 수입하는 작은 식품회사에 말단 영업사원으로 들어간 그는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납품을 시작하는 소위 ‘개척 영업’을 담당했다. 구매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몇시간씩 기다리고 물건을 받아보라고 설득했다. 입사 4년 만에 회사 월 매출이 2000만원에서 15억원으로 70배 이상 뛰면서 단숨에 이사까지 승진했다.

식품유통업계에서 ‘브랜드 헌터’로 불리는 김재원 티엠지홀딩스 대표. [김호영 기자]
그는 “영업이란 게 남을 설득하는 일인데 해보니까 재미 있었다”고 회상했다. 영어회화 능력과 영업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수입식품 유통업을 하는 ‘티엠지홀딩스’를 2009년 창업했다. 독일 프랑스 일본 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를 매년 3~4곳씩 돌아다니면서 해외 트렌드를 익혔다. 핸드폰으로 그가 찍은 식품 전시장 사진만 2만5000장이 넘는다.

박람회에서 눈여겨 본 괜찮은 브랜드가 있으면 사업주를 설득해 국내로 가져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본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치즈케이크인 르타오. 8개월 간 일본 사업주와 10여차례 왕래한 끝에 르타오의 해외 1호 매장을 서울 압구정에 낼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당시 유명 백화점 바이어들과 르타오 유치를 놓고 경쟁했는데, 많이 팔겠다고 설득한 게 아니라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할 지에 대해 어필한 게 먹혔다”고 말했다.

김재원 티엠지홀딩스 대표. [김호영 기자]
스리랑카의 고급 홍차 브랜드 베질루르는 김 대표가 본사에 제안해 카페 형태 매장을 국내 처음 열었다. 그는 “스리랑카 실론섬은 최고 품질의 홍차를 생산하는 산지인데, 특히 베질루르는 발주하면 일주일 이내 수확한 찻잎을 사용하기 때문에 품질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현재 잠실 롯데월드몰 등 백화점 쇼핑몰 10여곳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제품이 좋으면 콧대 높은 백화점 입점도 어렵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피쇼·타로 등 대부분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비치된 태국 새우과자도 김 대표가 국내 들여온 것이다. 새우머리를 튀긴 ‘정새우’ 제품은 그가 직접 기획해 OEM 방식으로 제조·판매한다. 매월 50만~100만봉 판매될 정도로 인기다. 닭껍질을 튀긴 ‘정꼬꼬’도 내달 출시해 홈플러스·CU 등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두 제품 모두 새우와 닭껍질 등 원물 함량이 80% 안팎으로 높지만, 가격은 봉지당 4000원으로 최대한 낮췄다.

수준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김 대표의 사업 철학이다. 그는 최근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점에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목탄장’을 입점하면서 외식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목탄장은 6~7만원의 가격대로 셰프가 제공하는 고급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김 대표는 “상품을 내놓기 전에 직원과 가족들에게 이걸 이 가격에 사겠느냐고 묻는다”면서 “마진이 좋다고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고객이 다시 찾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사업가로서 김 대표의 목표는 해외시장 개척이다. 티엠지(TMG·The Movement to Global)라는 이름도 애시당초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정새우는 호주 베트남 미국 쿠웨이트 등에 수출중이고, 목탄장도 내년 일본 태국 등 진출 계획을 이미 세웠다. 김 대표는 “처음 직장 생활하면서 경영진과 친인척이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사장처럼 일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사장이 돼 있었다”면서 “한국의 우수한 IT, 마케팅 능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식품·외식 기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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