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왕비에서 단두대로… 혁명이 불러낸 희생양인가

엄형준 2023. 10. 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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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프랑스혁명 당시 성난 민심에 불을 붙인 망언을 한 것으로 비난받는 마리 앙투아네트.

한때 유럽의 패자였던 합스부르크가에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딸로 태어나 놀기 좋아했던 철없는 아이였던 앙투아네트는 오직 정치적 이유로 프랑스의 왕비가 됐고, 숨 막히는 궁정에서 자신에게 마땅히 주어진 재력을 즐긴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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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와 프랑스 혁명/슈테판 츠바이크/육혜원 옮김/이화북스/1만6500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프랑스혁명 당시 성난 민심에 불을 붙인 망언을 한 것으로 비난받는 마리 앙투아네트. 프랑스 역사를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그가 루이 16세의 아내이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왕비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슈테판 츠바이크/육혜원 옮김/이화북스/1만6500원
역사적 사실을 더하자면 앙투아네트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권력을 잡은 자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를 악녀로 만들었고, 온갖 죄악을 뒤집어씌워 유죄로 처벌한다.

진실에 깊숙이 다가가면 그는 평범한 왕비에 가깝다. 국민을 사랑으로 돌보진 않았으되 미워하지도 않았다. 한때 유럽의 패자였던 합스부르크가에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딸로 태어나 놀기 좋아했던 철없는 아이였던 앙투아네트는 오직 정치적 이유로 프랑스의 왕비가 됐고, 숨 막히는 궁정에서 자신에게 마땅히 주어진 재력을 즐긴 여인이었다.

정치에 문외한이었던 이 여인은 프랑스 재정이 위기에 처했으며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하는 걸 알게 된 뒤 사치를 멈췄지만, 이미 들끓기 시작한 비난의 여론까지 잠재울 순 없었다. 왕비는 자신의 이름을 도용해 천문학적 금액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구매한 후 빼돌린 희대의 사기극에서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자 했지만, 국민은 진실과 상관없이 사기꾼의 얘기를 믿었고 오히려 앙투아네트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 사건은 생계에 허덕이던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다.

사실 프랑스 재정이 파탄 난 건 앙투아네트의 사치 때문이 아니라 루이 14세와 15세가 진 빚이 루이 16세 때 돌아온 결과였다. 국민들은 한때 사랑하고 선망했던 이 여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며 비난을 쏟아부었고,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그의 목숨을 빼앗았다.

1920∼1930년대 유럽 최고의 작가로 꼽힌 슈테판 츠바이크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 소설의 양식을 빌려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조명한다. 굳이 거짓을 보탤 필요 없이, 소설 같은 삶을 산 이 여인의 이야기는 사실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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