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노동자 투쟁’ 그 후… 이겼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이강은 2023. 10. 2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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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29일,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업체 소속으로 톨게이트 요금 징수업무를 하는 노동자 760여명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도로공사가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사실상 지휘·감독하는 등 불법파견을 받은 것으로 인정하면서 이들도 도로공사 직원이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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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노피에 매달린 말들/기선 외 6인 글/치명타 그림/한겨레출판/2만원

2019년 8월29일,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업체 소속으로 톨게이트 요금 징수업무를 하는 노동자 760여명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도로공사가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사실상 지휘·감독하는 등 불법파견을 받은 것으로 인정하면서 이들도 도로공사 직원이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요금 수납원들이 2013년 3월 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낸 지 6년여 만이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톨게이트) 지붕(캐노피) 위에서 장기간 고공농성을 하던 사람들을 비롯해 해고 노동자들은 승소 확정판결에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전체 수납원 6500여명 중 자회사 편입·채용 대신 직접고용을 요구한 1500여명을 해고했던 도로공사 측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해고를 철회하고 직접고용을 결정했다.
기선 외 6인 글/치명타 그림/한겨레출판/2만원
언뜻 보면 대부분 여성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가 감춰온 ‘불안정 노동’의 실체를 까발리며 지난한 투쟁 끝에 승리한 행복한 결말(해피 엔딩) 같기도 하다. 과연 그럴까.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함께 연대해 싸웠던 주인공 12명의 증언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마저 합법의 탈을 쓴 차별과 왜곡이 얼마나 심한지를 드러낸다.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업무는 기존의 요금수납 업무가 아닌 화장실 청소, 졸음쉼터에 떨어진 담배꽁초 줍기, 풀 뽑기 등이었다. 이는 다른 직무로의 전환이 아니라, 일종의 모욕이자 보복의 결과였다.”(390쪽) “복귀한 노동자들은 자신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는 무력감과, 사무직들이 우리를 벌레 보듯이 하는 것 같다는 소외감에 방황했다.”(321쪽) “남의 일자리를 빼앗아서 꿰차고 있다는 사실에도 미안해했다.”(112쪽)

책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의 경과를 톺아보고 그 실제를 파악하기 위해 구술기록 형태로 엮었다. 톨게이트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한부모 가정, 장애여성, 북한이탈주민, 경력단절자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노동 이전의 삶, 노동 현장의 경험, 투쟁의 순간, 복귀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 것 없는 열악한 처우 등을 전한다.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온정주의’와 노동에 위계를 설정하는 ‘능력주의’의 시각으로만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 적지 않다.

저자인 ‘톨게이트여성노동자 구술기록팀’은 성, 장애, 이주, 노동권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가 7명으로 구성됐다. 구술 노동자의 얘기에 생략된 사건이나, 제도적 문제에 관한 정보를 보충하는 글을 구술기록 앞뒤에 넣어 투쟁 내용과 경과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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