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기재위(종합)] 따로 또 같이, 명불허전의 내공

안재용 기자, 세종=유선일 기자, 박광범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2023. 10. 2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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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3 국정감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평가 대상 의원=강준현(민) 고용진(민) 김영선(국) 김주영(민) 김태년(민) 류성걸(국) 박광온(민) 박대출(국) 배준영(국) 서영교(민) 송언석(국) 양경숙(민) 양기대(민) 유동수(민) 윤영석(국) 이수진(민) 장혜영(정) 정태호(민) 조해진(국) 주호영(국) 진선미(민) 한병도(민) 홍성국(민) 홍영표(민) 김상훈(국, 위원장)

올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올해 하반기 경기 전망과 재정확대 필요성, R&D(연구·개발) 예산 축소, 통계조작 의혹, 국가·가계부채 등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여야는 대부분의 이슈에서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냈으나 폴란드와의 무기 수출 계약 수행을 위한 수출입은행 법정자본금 한도 확대와 관련해서는 수은법 개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올해 기재위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총예산이 스스로 제시한 기준(관리재정수지 적자 3% 이내)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눈길을 끌었다. 해당 기준은 정부·여당이 법제화하고자 하는 재정준칙과 같은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도 총 예산을 관리재정수지 적자 3% 이내로 편성할 경우 총예산이 올해보다 줄어들 수 있어 불가피하게 기준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또 김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세감면율이 법정한도보다 높다는 점을 꼬집었다. 국가재정법상 국세감면율은 내년 14%가 법정한도인데 조세지출계산서상 국세감면율이 16%가 넘는다는 점을 밝혔다. 정부는 예산 편성시점과 현 시점간 시차 때문에 발생한 일이고 해당 사안이 권고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정부 당시 늘어난 국가부채 400조원 중 대부분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자세한 분석을 통해 밝혀 주목을 받았다. 지난 정부의 국가부채 증가가 국가적 재난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숫자로 반박한 것이다. 송 의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늘어난 국가부채는 90조~95조원 규모로 나머지 310조원은 이와 무관하게 늘어난 것이다.

또 송 의원은 R&D 예산 삭감의 이유를 정부·여당 입장에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난 2017년부터 5년 동안 R&D 예산이 53% 증가했고 사용되지 못한 예산이 수조원에 달한다는 사실 또한 제시했다.

마찬가지로 기재부 차관 출신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균형재정을 달성하는 목표 시점을 기재부가 보다 엄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균형재정 달성 시점에 대한 숙고 없이는 국가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류 의원은 이 밖에도 EITC(근로장려금)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친정인 기재부를 향해 날선 질의를 던졌다. 한국은행을 향해서는 자료제출요구권을 통해 한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가계부채 문제와 정책금융 확대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특히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에 주는 부담을 경고하며 정부가 가계부채 감소를 위해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책금융 확대와 관련해서는 필요성 때문에 확대된 부분이 있으나 일종의 버블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기관장이 아닌 실무자에게 질문을 종종 던지며 감사기관에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증권사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국감 때마다 전문가로서 식견을 드러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선을 돌파했을 당시 홍 의원 국감 첫 타자로 나서 불안한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을 환기하는 등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부채가 절대 액수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는 재정을 확대해야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전체 규모로 보면 R&D 예산이 지난 3년 사이에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2015년부터 2019년까지 R&D 예산 증가율이 주춤한 상황에서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이후 본격적으로 소재·부품·장비 관련 투자를 늘려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R&D 예산을 줄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국감 내내 윤석열정부의 수호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혼인공제를 이른바 '부자감세'라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조목조목 밝혔다. 또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올해 하반기 경기전망, R&D 예산 축소 등과 관련해 정부를 매섭게 추궁하면서도 국감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질의 도중 '추경호' 부총리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읖는 등 국감 분위기를 부드럽게 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 기재위는 주요 이슈에 대한 여야 간 의견이 크게 갈렸음에도 지나친 언쟁 등에 따른 파행없이 치러졌다. 특히 수은 국감 때는 여야가 한 목소리로 폴란드와의 무기 수출 계약 수행을 위한 수은법 개정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상훈 기재위원장이 큰 역할을 했다. 김 위원장은 자칫 여야 갈등으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을 단호하게 정리해 호평을 받았다. 야당 의원의 요구라도 기재위의 입장에서 정부 측에 전달했다. 추 부총리는 막힘없는 답변으로 명불허전의 내공을 보여줬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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