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철은 ‘50점’ 시즌이라고 하지만… 역사상 이런 신인도, 이런 멘탈도 별로 없었다

김태우 기자 2023. 10. 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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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하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윤영철 ⓒ곽혜미 기자
▲ 올 시즌 좋은 활약으로 내년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윤영철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 좌완 신인 윤영철(19)은 10월 8일 삼성과 경기에 나가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리고 이 경기가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이 됐다. 구단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었던 ‘120이닝’을 넘은 날이었다.

김종국 KIA 감독은 윤영철과 마주 앉았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10승 도전도 있었지만 이제 10승도 어려워졌고, 이닝도 120이닝 정도를 생각했었다. 넘었으니 여기서 끝내자”고 설득했다. 윤영철도 별다른 의견 없이 “알겠다”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시즌 종료가 결정됐다. 윤영철은 올해 25경기에서 122⅔이닝을 던지며 8승7패 평균자책점 4.04의 성적을 남긴 채 잊지 못할 데뷔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막판 세 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던지며 2자책점 이하로 버틴 윤영철이었다. 하지만 이 3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에 그친 것이 아쉬웠다. 올해 신인 자격이 있는 선수로는 마지막 10승 도전 기대주였으나 운이 조금은 따라주지 않은 셈이다. 윤영철은 “한 시즌을 다 마쳤다는 게 가장 크다”고 위안을 삼으면서도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50점”이라고 답했다. 스스로에게 유독 박한 평가다.

하지만 윤영철이 올해 남긴 성과는 ‘50점’의 수준이 아니다. KBO리그 역대 기록을 볼 때, 고졸 신인 선수로는 못해도 ‘90점 이상’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KBO 고졸 신인 역사에서 윤영철보다 더 많은 선발승을 거둔 투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윤영철은 올해 8승 중 7승이 선발승이었고, 이는 2000년 이후 고졸 신인 기준으로 역대 7위에 해당한다. 고졸 신인 당해, 윤영철보다 더 많은 승리를 거둔 선수는 입단하자마자 리그를 평정해 ‘괴물’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2006년 류현진(18승)을 비롯, 2020년 kt 소형준(13승), 2002년 KIA 김진우(12승), 2004년 현대 오주원과 2000년 한화 조규수(이상 10승), 2004년 한화 송창식(8승)이 전부다. KIA 프랜차이즈로는 김진우에 이은 2위다.

윤영철의 말대로 한 시즌을 다 뛴 경험을 해봤다는 것도 값지다. 성공의 경험에서 얻는 자신감, 그리고 실패의 경험에서 얻은 보완점 등을 모두 가지고 2024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아쉽게 3점대 평균자책점과 10승을 놓친 윤영철은 올해를 차분하게 돌아보며 내년 준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항상 웃는 얼굴에 가려져 있었지만, 사실 힘들기는 했다. 고졸 선수가 프로에 와서 깨닫는 엄연한 현실을 잘 느꼈다. 윤영철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체력적인 것도 좀 힘들었던 게 많았다”면서 “풀타임 로테이션을 돈다는 것 자체가 체력이 많이 소모되더라. 후반이 되니까 손도 많이 떨어지고 원래 내 공이 안 나올 때도 많고 그래서 후반기에 조금 안 좋은 경기들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 KIA 선발진의 미래로 공인된 윤영철 ⓒ곽혜미 기자
▲ 윤영철은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부터 내년 준비를 시작한다 ⓒ곽혜미 기자

그래서 이번 비시즌 동안 가장 주안점을 둘 것은 체력과 몸 만들기다. 구속이나 다른 구종의 추가도 관심이 모이기는 하지만, 일단 ‘그릇’ 자체를 더 키워야 나머지 작업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시즌 막판에 등판하지 않고 차분하게 휴식과 훈련을 병행한 윤영철은 11월 1일부터 시작되는 팀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그 실마리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KIA 관계자는 “투구보다는 회복훈련과 체력보강 위주의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영철은 “체력 훈련도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안 지치게끔 해보려고 한다”면서 “첫 시즌은 시키는 것 위주로 했었는데 내년에는 내가 많이 공부도 하면서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해볼 생각이다. 솔직히 신인이어서 잘 던졌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지 기록상으로 보면 솔직히 크게 좋은 기록도 아니다. 내년에도 이러고, 내후년에도 이러면 안 좋기 때문에 크게 만족하지 않고 보완해서 더 잘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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