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이태원, 경찰·소방·구청 총출동…“작년엔 왜 못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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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10분의 1, 아니 50분의 1만 작년에 했어도."
이태원 참사 뒤 처음으로 맞는 핼러윈데이 주간인 27일 저녁 7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서 만난 이태원동 주민 강유진(68)씨는 곳곳에 마련된 인파 대비 시설을 보면서 "작년보다 100배는 더 강화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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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올해의 10분의 1, 아니 50분의 1만 작년에 했어도….”
이태원 참사 뒤 처음으로 맞는 핼러윈데이 주간인 27일 저녁 7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서 만난 이태원동 주민 강유진(68)씨는 곳곳에 마련된 인파 대비 시설을 보면서 “작년보다 100배는 더 강화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인파가 과도하게 밀집한 골목은 30㎝ 두께의 질서유지선이 길을 반으로 갈라놨다. 사고 골목은 언덕에서 내려가는 방향만 출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 총 14개의 이태원 인근 좁은 골목은 출구(12개)와 입구(2개)로 나눠 일방통행로로 바뀌었다. 경찰과 구청 직원들은 오후 6시께부터 시민들의 우측통행을 유도했다.
“주최자 없는 행사”라며 무관심했던 작년과 달리, 이날 경찰과 소방, 구청은 녹사평역에 합동상황실을 마련하고, 현장 인력을 그야말로 ‘총동원’했다. 소방에서 351명이, 구청에선 봉사자를 포함해 250명이 현장에 나왔다. 경찰은 기동대 4개 중대를 비롯한 모든 가용 인원을 차출해 총 500명을 배치했다.
인도도 추가로 확보했다. 왕복 4차선 중 한 차선은 구급차 등 긴급차량 비상통행로로, 반대편 한 차선은 ‘비상용 인도’로 만들어 왕복 2차선만 차가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녹사평 인근 등 차량의 불법 주·정차도 관리했다.
참사 이후 첫 핼러윈데이 주간을 대비하는 차원이었지만, 이날 이태원 인근에는 걱정할 만큼 사람들이 붐비진 않았다. 사실상 ‘핼러윈 축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축제 상징인 핼러윈 코스튬을 한 시민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직장인 문아현(23)씨는 “여러 안전 시설물이 있는데 이미 때가 늦은 것 같다. 작년엔 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질서유지선이 길 가운데를 막고 있는 탓에 “(이 길로) 가는 것 맞냐”며 시민들이 일부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인근 한 상인 ㄱ(42)씨는 “안전하게 만드는 건 좋은데 중간이 없는 것 같다”며 “축제를 찾는 사람도 없는데 (시설물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추모하고자 이태원을 찾은 시민들도 있었다. 작년 참사 당일에 현장에 있었다던 조유정(35)씨는 “코로나 이후 막 바깥세상을 구경하던 20대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서 왔다”며 통곡했다. 한 시민은 추모하고자 꽃을 든 채 근처를 서성이다가 취재진이 몰리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홍대에서도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없었다. 경찰 추산, 홍대는 저녁 8시 기준으로 8만명이 모였다. 평소 금요일 저녁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인파 대비를 한다며 경찰 1750명, 소방 300명, 구청 직원 600명 등 총 2860명이 홍대 관광특구 일대에 배치돼 순찰에 나섰다. 이태원과 마찬가지로 합동상황실을 만들고 일부 골목은 차량이 진입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강남역과 압구정 등도 골목마다 경찰 순찰 등 대비를 했지만, 인파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정도였다. 조용한 축제를 즐기고자 하는 분위기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아무개(37)씨는 “평소라면 힘껏 꾸미고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겼겠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강남에서 친구들을 만난다”며 “친구들 가운데 작년 이태원 참사 목격자도 있어, 모두가 추모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즐길 예정”이라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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