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별세에 중국인들은 '침통', 중국 정부는 '톤 다운'

조영빈 2023. 10. 27. 21: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민생을 중시한 정치가로 평가되며 중국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리커창(68) 전 국무원 총리의 별세 소식이 27일 전해지자 중국 온라인에서는 슬픔과 애도를 표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반면 관영 매체들은 "리 전 총리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짤막한 소식만 담담히 전했다.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관영 중국중앙(CC)TV가 리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을 보도한 뒤, 중국인들은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 커다란 관심을 보이며 추도의 글을 올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커창 생전 업적 주목 보도 등 없어
리커창 향수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
지난해 10월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시진핑(오른쪽)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생을 중시한 정치가로 평가되며 중국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리커창(68) 전 국무원 총리의 별세 소식이 27일 전해지자 중국 온라인에서는 슬픔과 애도를 표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반면 관영 매체들은 "리 전 총리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짤막한 소식만 담담히 전했다. 중국 정부는 그에 대한 중국 사회의 추모 분위기를 최대한 억누르려 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관영 중국중앙(CC)TV가 리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을 보도한 뒤, 중국인들은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 커다란 관심을 보이며 추도의 글을 올렸다. 오후 4시 기준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의 인기 검색어 1위는 '리커창 동지 사망'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도 '리커창 동지 서거' 해시태그가 18억 회 이상 조회됐다. 웨이보에선 "리커창, 인민의 좋은 총리" "침통하다" "왜 위대한 사람은 일찍 떠나나" 등의 글이 쏟아졌다.

관영 매체들은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체로 리 전 총리 사망을 부각하지 않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이 뉴스를 '25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회동했다'는 기사의 하단에 배치했다. 다른 관영 매체들도 리 전 총리의 생전 활동을 소개하는 보도는 아직 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 공식 웨이보 계정은 리 전 총리 별세 소식을 게시했으나, 해당 트윗 댓글창은 막혀 있다.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은 한때 '리커창' 단어의 전송도 통제했다.

리 전 총리의 사망 전 마지막 공개 행보는 지난 8월 간쑤성 둔황 모가오(막고)굴 방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SNS 엑스(X·옛 트위터)에 모가오굴을 찾은 영상을 올린 바 있다. 밝게 웃으며 자신에게 인사하는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등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때 역시 중국 매체들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리 전 총리가 과거 한동안 시 주석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정치인이었다는 점을 감안, 그에 대한 '향수'를 대중이 느끼는 게 시 주석 1인 체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계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한층 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중국은 올해 3월 시 주석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등용된 친강 전 외교부장, 리상푸 전 국방부장 등이 잇따라 해임되며 사실상 '숙청 정국'이 조성된 상태다. 공교롭게도 이런 시점에서 시 주석의 '정치적 경쟁자'였던 리 전 총리는 아예 사망해 버린 탓이다. '시진핑 1인 독주 체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