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혁신위 “이준석·홍준표 징계 해제”…이 “아량 베풀 듯 접근”

인요한 1호 안건은 ‘대사면’
당내 갈등 봉합 최우선 강조
김기현도 ‘수용’ 긍정 평가
일각 “탈당 명분 없앨 의도”
홍 “니들끼리 총선 잘해라”

파이팅 외치는 국민의힘 혁신위 인요한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혁신위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7일 징계를 받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대사면”을 1호 안건으로 내놨다. 김기현 대표는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당 주류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비윤(석열)계를 포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다. 이 전 대표는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즉각 반발했다.

혁신위 대변인을 맡은 김경진 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위 첫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을 1호 안건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징계 해제 논의 대상은 이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성비위 의혹 관련 증거인멸교사 건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뒤 같은 해 10월 윤 대통령 등을 향해 ‘양두구육’ 등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기간이 1년 추가됐다. 홍준표 대구시장(당원권 정지 10개월)은 수해 골프 논란으로, 김재원 최고위원(당원권 정지 1년)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등 발언으로 각각 징계를 받았다.

김 대표는 혁신위가 대사면을 정식 건의하면 이를 수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대표도 혁신위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도 보수진영 내 통합 필요성을 들어 사면에 찬성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혁신위가 대사면을 1호 안건으로 정한 것은 지난해 친윤계가 이 전 대표를 축출하면서 극심해진 당내 갈등의 골을 메우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지난 3월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도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을 주저앉히며 비윤계 반발을 불렀다. 인 위원장은 채널A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도 만나 이 전 대표 징계 해제 문제 등을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계를 이 전 대표 축출 이전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비윤계를 철저히 배제해온 윤 대통령과 친윤계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있었던 무리한 일들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게 혁신위의 일”이라며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 듯이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반발했다. 한 초선 의원은 대사면 조치가 “이 전 대표의 탈당 명분을 없애 당에 발을 묶어두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SNS를 통해 “사면은 바라지 않는다”며 “니들끼리 총선 잘해라”라고 했다.

당 일각에선 혁신위가 우선 김 대표 사퇴, 윤 대통령 탈당, 경쟁력 있는 영남권 중진의원의 수도권 출마 권유 등을 우선적으로 거론해야 혁신 의지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혁신위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 위원장을 포함한 혁신위원 다수가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점도 혁신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혁신위가 구체적인 공천 룰을 발표할 경우 ‘선수가 규칙을 정한다’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혁신위가 공천 문제를 제대로 손보지 못하고, 공천의 포괄적·일반적 원칙만 정하는 수준에서 활동을 마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대연·조문희·유정인 기자 ho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