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내년 총선 전 처리 가능할까

홍혜림,정새배,김민경 2023. 10. 2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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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0년쯤 뒤면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나서 지금 청년들이 정작 노인이 됐을 때 보험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 큽니다.

정부가 오늘(27일) 연금 개혁안을 내놨는데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다 빠졌습니다.

먼저, 정부 발표 내용 홍혜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합계출산율 0.78명.

평균 기대 수명 83.6세.

일하는 청장년층이 은퇴 세대를 부양하는 방식인 국민연금을 젊은이들은 불신합니다.

[김기철/직장인/35세 : "이게 뭐 존속 가능한 구조로 지금 운영이 되고 있는가에 대한 걱정은 매우 크죠."]

정부는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보험료율 9%를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면서도 얼마를 어떻게 인상할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 "그동안 개혁 과정을 보면 정부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수준을 제시를 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해왔는데, 제대로 된 성공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다만, 연령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달리하는 방안을 처음으로 제시했습니다.

가령, 보험료율이 6%p 인상된다면, 연금을 먼저 타는 노년층일수록 보험료를 단기간에 올리고, 청년층일수록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인상하자는 겁니다.

국가가 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하는 명문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초연금은 4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면서 역시, 구체적 시기와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출산과 군 복무 기간 연금손실이 생기지 않도록 출산은 첫째 아이부터 연금을 1년 낸 것으로 간주하고, 군 복무는 전체 기간 동안 연금을 낸 것으로 인정합니다.

[석재은/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국회 연금특위 민간위원 : "연금보험료 높이는 것에 책임을 방기하고 나중에 국고가 해결할거야 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한…."]

정부는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연금 관련 제도 도입도 제안했습니다.

낸 보험료의 원금을 보장하되, 운용 이자를 더 가져가는 '확정 급여형 방식'.

그리고 경제성장률 등 여건 변화에 맞춰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안정화 장치'도 제안했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촬영기자:이호 김종우 왕인흡/영상편집:전유진/그래픽:김현갑

[앵커]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을 더 미룰 수 없다, 급하다고 강조해왔지만 보신 것처럼 정작 내는 돈, 받는 돈, 받는 나이 같은 핵심적인 내용은 결론을 내지 못 했습니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잇따릅니다.

이어서 정새배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민연금 정부안에서 구체적인 숫자가 빠진 이유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수치를 언급하면 국회 논의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 "특정안을 제시하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정부가 24개 시나리오를 좁혀서 핵심 내용을 결정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정부는 이번 계획에 내는 돈과 받는 돈 외에, 수급개시연령과 가입상한연령을 높이는 내용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노후 소득 공백을 우려해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는 이 기준들을 순차적으로 맞출 것을 제안했지만, 정년 연장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역시 결정을 미뤘습니다.

오히려 세대별 인상 속도 차등화와 낸 돈 만큼만 받는 확정기여형 제도 등 논쟁적인 주제만 제시해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내용만 확정했습니다.

실질적 소득보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온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맹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류재린/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 부연구위원 : "(2018년에는) 예를 들면 급여 보장을 위해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거를 위해서 이제 어떤 식으로 제도를 개편하겠다 정도는 그래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어서…."]

정부는 다음 주 국무회의와 대통령 승인을 겨쳐 계획안을 국회로 넘길 예정인데, 내년 총선까지 반년도 남지 않은 기간을 감안하면 21대 국회에서 개혁안을 확정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KBS 뉴스 정새배입니다.

촬영기자:이호/영상편집:최정연/그래픽:김석훈

[앵커]

보신 것처럼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에는 받는 돈, 내는 돈 모두 구체적 '숫자'가 빠진 상태입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는데요.

김민경 기자와 이 문제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국민연금 개혁,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상황 아닌가요?

[기자]

네,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게 1988년인데요.

제도 도입 후 1998년, 2007년 단 두 차례만 개혁이 이뤄졌습니다.

이마저도 내는 돈을 올리진 않았고, 받는 돈만 줄였는데요.

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 건 제도 도입 이후 25년째 그대로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내려갔고, 특히 젊은층의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2018년 문재인 정부 때도 4가지 개혁안을 내놨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앵커]

이제 국회의 시간인데, 내년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동력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죠.

21대 국회에서 처리 가능할까요?

[기자]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국회는 오늘 정부 발표안을 넘겨 받아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하게 됩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원래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는데요.

당장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활동 기한만 내년 5월까지 연장했습니다.

정부가 개혁 방안을 전혀 구체화하지 않고 국회로 넘기는 상황에서 당장 내년 4월에 총선이 있습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향성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앵커]

그런데, 개혁의 방향성만도 이렇게 복잡한데, 과연 공론화가 가능할까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네, 국민연금 재정은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2041년 적자로 전환돼 2055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저출생과 고령화로 앞으로 보험료 낼 사람은 줄어들고 받을 사람은 늘 거란 점에서 개혁은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오늘 국민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기초연금을 기존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내는 돈을, 젊은층은 천천히 올리고 장년층은 빨리 올리는 세대별 인상 차등화 방안에 대한 장년층 반발을 고려한 걸로 보이는데, 하지만 재정 부담이 더 커질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렇게 복잡한 시나리오를 놓고 공론화가 가능하겠냐, 보험료 인상은 당위성이 인정되는 만큼 빨리 올리고 기초연금 등 다른 부분에 대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상편집:정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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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림 기자 (newshong@kbs.co.kr)

정새배 기자 (newboat@kbs.co.kr)

김민경 기자 (mkdre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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