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던 리커창 사망…중국 ‘비운의 2인자’ 돌연사에 애도 물결
공청단 활동으로 ‘정치 엘리트 길’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며 주목받아
‘샤오캉’ 쓴소리 등 시 주석과 대립각
중국 누리꾼들 “인민의 좋은 총리”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심장병으로 숨졌다. 향년 68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리 전 총리가 전날 갑자기 심장병이 발생해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이날 0시10분쯤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국무원 총리에서 물러난 리 전 총리는 휴식차 상하이에 머물던 중 별세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리 전 총리가 공식석상에 마지막 등장한 건 10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난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였다. 자연인이 된 후 지난 8월 말 간쑤성 둔황에 있는 모가오굴을 방문했을 때 밝게 웃으며 관광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게 그의 마지막 모습이다. 당시만 해도 그는 건강해 보였고, 특별한 건강 이상설도 없었던 상황에서 두 달 만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리 전 총리는 ‘비운의 2인자’로 인식된다. 1955년 안후이성에서 지방 관료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76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한 뒤 대학 입시가 부활하자 1978년에 베이징대 법학과에 입학해 공산당 청년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서 활동하며 정치 엘리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3년부터는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와 중국청년정치학원 원장을 겸하며 공산당 내 3대 계파 중 하나인 공청단의 차세대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이후 허난성 최연소 성장과 랴오닝성 당서기 등을 지낸 뒤 2007년 10월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발탁됐다. 이듬해 국무원 부총리를 맡으며 차세대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당시 공산당 내 권력 서열 6위 리 전 총리는 서열 5위 시진핑 현 국가주석에 다소 밀리기는 했지만, 두 사람이 다음 지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리 전 총리는 공청단을 이끄는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의 정치적 후계자로 ‘리틀 후진타오’라 불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이 ‘태자당’(혁명 원로 자제 그룹) 출신인 시 주석을 밀면서 리 전 총리는 2인자인 총리직에 만족해야 했다.
2012년 시 주석·리창 총리 체제가 출범할 때까지만 해도 베이징대 경제학 석박사 출신으로 중국 지도부 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꼽혔던 리 전 총리에 대한 기대감은 있었다. 정치·외교·국방은 국가주석이 총괄하고 경제는 총리가 책임지는 관례적인 역할 분담 때문에 그가 실질적으로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실세 총리가 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 집권 1~2기를 거치며 예상은 빗나갔다. 시 주석은 1인 권력을 강화했고, 리 전 총리는 ‘실권 없는 총리’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리 전 총리는 임기 중 시 주석이 ‘샤오캉’(모두가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달성을 업적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는 등 이따금 소신 발언을 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시 주석에 집중된 권력의 벽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시 주석 집권 3기 들어 리 전 총리를 비롯한 공청단 출신 인사들이 모두 지도부에서 배제되면서 그는 다소 씁쓸한 퇴장을 해야 했다. 그리고 퇴임 7개월 만에 갑작스러운 부고가 전해졌다.
비록 임기 내 기대만큼의 존재감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중국 내에서는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경제 전문가로 평가받았던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누리꾼들은 SNS 등을 통해 그의 죽음에 대해 ‘너무 갑작스럽다. 믿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민의 좋은 총리, 영원히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라거나, ‘왜 위대한 사람이 일찍 가는가’라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리 전 총리는 지난 3월 퇴임 직전 국무원 판공청 직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 발언은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유비 사후 8번째 북벌에 나서면서 남긴 것으로 알려진 말을 인용한 것으로,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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