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수가 없어서…" 1년 다 되어서야 힘겹게 보낸 아들
밤이 되니 이곳은 굉장히 쌀쌀해졌습니다. 사실 지금은 유족들이 다 같이 모여 이태원 참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상영회가 진행 중인데 그래도 분향소를 비워둘 순 없어 몇몇 유족들은 찬바람을 맞으며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분향소를 지키는 한 어머니는 제게 '유가족의 이름으로 여기 서 있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1년 가까이 아들의 유골함을 방에 두고 함께 지내다 어제서야 아들을 추모관으로 보내준 어머니를 최지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아들 민석씨의 유골함을 꼭 안고 있습니다. 두 걸음도 채 못가 주저앉습니다.
가족들의 위로에 다시 일어납니다. 유골함을 넣을 때 또 주저앉았습니다.
지난 1년을 방에서 함께 지내다 보내주는 날 입니다.
[김희정/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민석 어머니 : 데리고 있게 된 거는 떨어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랬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희정/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민석 어머니 : 꿈에라도 엄마를 만나러 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잠을 억지로 잤어요.]
엄마 바보였던 아들을 보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김희정/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민석 어머니 : 항상 편지를 써줬어요. 엄마 나 없어도 울지 말고 밥 잘 먹고 너무 늦게 자지 말고 이렇게 걱정해 주고.]
어딜 가든 아들 생각 뿐이었습니다.
[김희정/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민석 어머니 : 민석이랑 저랑 외출할 때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길거리에서 이제 자기 자녀 손잡고 가는 엄마가 한없이 부러워요. 그리고 그 부러움의 끝에는' 저 사람도 안전하면 좋겠다.']
다른 희생자들 생일 때마다 꽃을 준비해 분향소로 갔습니다.
[김희정/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민석 어머니 : 그 추운 날에 땅바닥에 그냥 눕혀져 있던 그 아이들이 생각이 나서 그래서 더 너무 슬펐고]
힘겹게 아들을 놓아준 어머니의 바람은 하나 뿐 입니다.
[김희정/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민석 어머니 : 그냥 1주기, 이걸로 끝이었으면 좋겠어요. 모든 것이 다 원만하게 돌아가고 정립이 돼있는. 그래서 이제 기억하는 것만으로 그냥 이제 되어 있는…]
이걸 위해서라도 어머니는 다시 힘을 내기로 했습니다.
[영상그래픽 장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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