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은의 미술과 시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어디 계시나요
미술이 현실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될까? 안 된다. 미술동인 ‘현실과 발언’의 창립전이 있던 1980년의 정부는 그랬다. 당시 대관 장소이던 문화예술진흥원은 일방적으로 전기를 끊고 출입문을 막았다. 결국 동인들은 개막 당일 촛불을 밝혀 관람객을 맞았다. 그 사건 이후에도 정부는 작품 압수와 연행을 일삼았고, 그에 맞선 미술인들의 힘겨운 저항이 한동안 이어졌다.
문화예술진흥원의 후신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에서 노원희 작가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현실과 발언’의 창립 구성원으로, 약자 개인의 존엄과 사회 문제를 다뤄온 그녀가 이렇게 조명받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현실을 비판하던 청년작가가 어느덧 원로작가가 되어 같은 공간에 다르게 서 있음을 우리는 본다.
그러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책임 의식은 여전히 더디다. 수천명의 예술가를 블랙리스트로 낙인찍고 배제했던 비상식적 과오를 스스로 면죄한 것일까. ‘피해자와 예술현장의 관점에서’ 반성하고 쇄신하겠다던 한때의 발표가 무색하게 관료적 체질은 변함없고, 정치노선에 따라 위원회 구성과 정책이 심각하게 바뀐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는커녕 현장과 뒤떨어진 제도를 내놓는다. 복잡하다는 이유로 사업은 통합되고, 설명도 없이 폐지되는가 하면, 외부 심의위원들 때문에 공정성의 문제가 불거지기라도 한 양 심의위원 3분의 2를 잘라냈다. 문화예술 예산은 기업 중심 지원이 되어가고 순수창작과 개인예술 지원은 감소하는데, 가운데서 소통할 기구는 어디에도 없다.
예술가들은 ‘불공정 행위’와 ‘부정 수급’이라는 의심과 감시를 받으며 지원사업을 운영한다. 국민이 감시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감시하는 기관의 수혜를 받느니, 예술은 현실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 상책이 됐다. 이래도 될까.
오정은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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