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일상을 깨우는마법 같은 9번의 만남[책과 삶]
만남들
앤디 필드 지음 | 임승현 옮김
필로우 | 328쪽 | 1만8000원
여러 명이 간단하고 빠르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 땐 피자가 답이다.
영국 런던에 사는 예술가 겸 큐레이터 앤디 필드도 그래서 피자를 시켰다. 어린이 10명과 꾸린 연극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 리허설룸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격식 차리지 않고 먹기에 테이크아웃 피자만 한 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이 장면을 두고 필드는 생각했다. ‘피자는 순간을 낚아채는 음식이자 즉흥적으로 점심 식사를 해야 하는 모임을 위한 음식이다. (중략) 피자는 식사라기보다는 어떤 문제의 해결책에 가깝다.’
피자를 먹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필드는 한다. 필드는 지난 16년간 카페와 극장, 공원, 건물 옥상 등 일상의 공간에서 공연을 하며 일상을 잠시 낯설게 만들어 왔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어릴 적 느꼈던 흥분과 경이로움을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을 마법 같은 시간으로 바꾸는 자신의 생각을 담아 첫 책 <만남들>을 썼다.
익숙한 도시의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만남에 대한 에세이 아홉 편을 묶었다. 사실상 그의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다.
책에는 어린이들과 피자를 나눠먹는 순간 외에도 매일 살아가며 만난 평범한 사람들과의 사연이 담겼다. 단골 미용실에서 헤어 디자이너 ‘수사나’에게 머리를 맡기며 생기는 일이나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하는 생각, 개를 산책시키면서 만나게 되는 낯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저 흩어질 뿐인 순간을 정성껏 주워모아 의미를 부여하는 필드의 작업을 따라가다 보면 지루했던 일상이 마법처럼 바뀔지 모른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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