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유일한 라이벌’ 돌연 사망…중국 당국은 ‘댓글 관리’
공청단 대표주자로 시진핑과 라이벌
총리 재임시절 소신발언으로 주목
향후 시진핑 1인체제 더 강화될 듯
중국 관영 CCTV는 “상하이에 머물고 있던 리커창 동지에게 26일 갑자기 심장마비가 발생했고,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실패해 27일 0시 10분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리 전 총리는 시진핑 체제가 출범한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10년간 총리직을 수행한 명실상부한 중국의 2인자였다. 중국 내 최고 경제전문가로 꼽히며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주목받았고, 2인자이면서도 중국 공산당과 인민의 사랑을 받았다.
총리 임기 초기에는 시진핑·리커창 투톱 체제를 의미하는 ‘시리쭈허(習李組合)’라는 표현이 언론에 등장할 정도로 실세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리 전 총리는 유일하게 시 주석을 향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히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갈수록 시진핑 1인체제가 강화되면서 결국 비운의 총리라는 꼬리표를 단 채 씁쓸하게 퇴장했다.
1955년 중국 안후이성에서 태어난 리 전 총리는 유년 시절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었지만 문화대혁명 당시 이른바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에 동참해 농촌으로 내려간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10년간 중단됐던 대학입시 제도가 부활한 첫 해, 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징대 법학부에 입학한다. 공직생활을 하며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대학 재학 시절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가입했고 향후 공청단 당서기까지 역임했다.
1998년 44세의 나이로 허난성 성장을 맡아 역대 최연소 성장이 됐고 2004년에는 랴오닝성 서기로 발탁됐다. 2007년 10월 17차 당대회에서 리커창은 당시 시진핑 상하이시 서기와 함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차기 최고 지도부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과 장쩌민계인 상하이방이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시 주석에게 결국 주석 자리를 내주며 2인자인 총리직을 맡아야 했다.
리 전 총리는 재임 시절 독자적인 목소리를 많이 냈고 때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2020년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8만 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는 시 주석이 성과로 내세운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과 배치되는 발언이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한창이던 지난해에는 “‘방역 지상주의’가 경제를 망쳐서는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지방관료 시절 중국 국내총생산(GDP) 등 지표는 조작할 수 있어 믿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리 전 총리가 올해 3월 양회를 끝으로 정계에서 은퇴하자 중국 당국은 리 전 총리의 ‘정부 부처 고별 투어’ 영상을 인터넷상에서 삭제하는 등 본격적인 ‘리커창 지우기’ 작업을 펼쳤다.
하지만 퇴임 후에도 중국 인민들의 리 전 총리에 대한 신뢰는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내에서는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중국 SNS인 웨이보에선 관련 뉴스가 보도된지 2시간 만에 ‘리커창 동지 서거’ 해시태그가 11억회 넘에 열람됐고 관련 글은 총 45만건 이상 작성됐다. 온라인상에선 “믿고 싶지 않다”, “편히 가세요” 등의 메시지가 잇따랐다.
리 전 총리가 돌연 사망하면서 중국 최대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히는 1인 독주 체제가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창 총리와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각각 공산당 서열 2위,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진핑 주석을 견제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집단지도체제가 붕괴되면서 리 전 총리의 위상에 버금가는 2인자가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라며 “리커창의 사망으로 시 주석의 절대권력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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