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비판 안 해?" 미국 대학 부자 동문들, 기부금 끊자… "우리가 상품인가" 반발 확산

권영은 2023. 10. 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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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미국 대학 안팎에서도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대인이거나 친(親)이스라엘 성향인 고액 기부자들이 대학을 향해 '하마스를 비판하지 않거나, 이스라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부금을 끊겠다고 잇따라 통보한 탓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펜실베이니아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기부자인가, 대학인가' 제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대학가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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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기부자들, 펜실베이니아대에 '1달러' 기부
"하마스 적극 비판 안 한다… 총장 사퇴 요구"도
"돈으로 협박?… 사고파는 상품 아냐" 학내 반발
지난 15일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친(親)팔레스타인 시위 도중 한 어린이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상 앞에서 '중동에 평화를'이라고 써진 팻말을 들고 서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미국 대학 안팎에서도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대인이거나 친(親)이스라엘 성향인 고액 기부자들이 대학을 향해 '하마스를 비판하지 않거나, 이스라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부금을 끊겠다고 잇따라 통보한 탓이다. 특히 펜실베이니아대에서는 총장 해임 요구 압박마저 가하고 있다. 돈을 무기로 지나친 요구를 하자, 대학 내에선 "상아탑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라는 반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펜실베이니아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기부자인가, 대학인가' 제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대학가 상황을 전했다. 세계 4대 사모펀드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마크 로완 회장이 펜실베이니아대의 반(反)유대주의 분위기를 문제 삼고 리즈 매길 총장과 스콧 복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로완 회장은 상징적 항의 표시로 '1달러 기부금'만 보내자는 제안을 다른 기부자들에게 건넸다. 펜실베이니아대 졸업생이자 유대인인 그는 모교에 그동안 최소 5,000만 달러(약 678억 원)를 기부해 왔다. 세계적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창업주의 아들 로널드 로더,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 미국 인기 TV 시리즈 '로 앤 오더'의 총제작자 딕 울프 등 이 대학의 '큰손' 기부자들도 동참했다.

미국에서 고액 기부자들이 대학생들의 거침없는 정치적 의사 표명에 불만을 품고, 학교 측에 기부 철회 의사를 나타내는 게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총장 사퇴까지 시도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에서 지난 1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케임브리지=AFP 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로완 회장 심기를 거스른 건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이후 대학 측의 무대응이었다. 이틀간 이스라엘인 1,200여 명이 숨졌는데도 대학은 공식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 대신 '원주민의 날'(10월 9일)을 기념하는 메시지만 한가하게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게 로완 회장의 주장이다. 이튿날 매길 총장의 첫 하마스 규탄성명이 발표되자 이번에는 또, "(내용이)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로완 회장과 기부자들의 비슷한 행위는 한 달여 전에도 있다. 지난 9월 대학의 팔레스타인 문학 축제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는데, 반유대주의 연사 초청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매길 총장은 일부 연사의 유대인 비판 발언은 인정하면서도 '취소 요구'는 거절했다. 당시 그는 "대학으로서 우리는 교육의 사명인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환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돈줄로 대학을 좌지우지하려는 기부자들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학 교수회의는 성명을 내고 "학문의 자유는 지갑을 이용해 사람들이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리사 리버위츠 코넬대 교수는 "대학이 기부자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며 "대중은 대학이 특정 입장을 취하라는 압력 없이 연구·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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