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제조업 산업재해, 전체 평균치 2배…“정책 대안 필요”

김수정 기자 2023. 10.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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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3천여건·재해율 0.99%…전체 0.53% 대비 크게 높아
업종 전반에 만연…‘국감 단골’ SPC 산재율도 평균보다 낮아
투자 열악한 업계 “노후 설비·안전시설 지원 등 원인 작용"
고용노동부 제공

 

식료품 제조업의 산업재해율이 업종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단골 소재로 떠오르는 식료품 제조업 분야의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해당 업종의 재해 원인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고 위험성을 낮추는 등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12월 말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식료품 제조업의 산업재해 건수는 총 3천344건으로 산업재해율은 0.99%로 조사됐다. 이는 업종 전체 평균 산업재해율(0.53%) 대비 87%나 높은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식료품 제조업 산업재해율은 화학 및 고무제품제조업(0.77%), 금속제련업(0.71%), 섬유 및 섬유제품제조업(0.70%), 전기 기계 기구·정밀기구·전자제품제조업(0.21%) 등보다 높았고, 기계 기구·금속·비금속광물제품제조업(0.98%)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제조업 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 수)은 0.71%로, 산업계 전체 사망 만인율(1.10%)보다는 낮지만, 전기 기계 기구·정밀기구·전자제품제조업(0.31%)보다는 높게 나타나는 등 중대재해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또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한 ‘2021 산업재해 현황분석’에 따르면 식료품 제조업의 사고 유형은 ‘끼임’ 사고가 전체 사고의 27%를 차지했고, ‘넘어짐’이 24%, ‘절단·베임·잘림’이 19%로 뒤를 이었다.

식료품 제조업종에서 산업재해가 만연하면서 각종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언론을 통해 확산된 지난해 10월과 올 8월 SPC 계열사 공장의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 외에도 지난 17일 A사 식품 공장에서는 분쇄기를 이용해 양파를 써는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썰린 양파를 꺼내던 중 기계에 끼여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B사의 지방 한 공장에서 노동자가 입고된 제품 박스를 세척실로 옮기기 위한 작업을 하다가 리프트 설비에 몸이 끼어 숨지는 등 식료품 제조업 현장에서 각종 중대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식료품 제조업 분야에서 산업재해가 잇따르자 해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단골 이슈로 등장한다. 올해 국감에서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SPC 계열사인 샤니의 이강섭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질책했다. 나아가 해외 출장 중인 상황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낸 SPC그룹 허영인 회장에 대해 일부 위원들이 비판하기도 했다.

국감에서 ‘만년 단골’ 증인으로 출석하는 SPC도 식료품 제조업에서 산업재해가 만연한 상황에서 브랜드 인식도가 높은 회사가 주목을 받는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는데 서운함을 드러내고 있다. SPC에 따르면 SPC 계열사들의 지난해 평균 산업재해율은 식료품 제조업 평균 산업재해율보다 다소 낮은 0.98%로 조사됐다. 또 올 상반기의 경우도 산재율이 0.5%로 지난해 절반 수준이라고 SPC는 설명했다.

SPC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안전 사고가 사업장에서 발생한 이후 대규모 투자와 적극적인 예방 활동을 통해 산업재해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던 상황이었다”면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이 업계 중에서도 준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식료품 업계 차원에서는 제조공장에서 사고 발생이 잦은 이유에 대해 노후화된 설비와 부족한 안전시설, 매끄럽지 못한 공정 자동화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식료품 제조업 산업 특성과 재해 발생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궁극적으로 자동화 인프라 등 사고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료품 제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고용 창출이 많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사업장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고 발생률도 높게 나타난다”며 “대다수 식품업체들은 이익률이 낮아 시설 자동화와 같은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수정 기자 ks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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