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한계 다다른 연료…유엔 구호 활동 중단 위기
이스라엘의 봉쇄 장기화로 인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연료 부족 문제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연일 폭탄이 날아드는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걸고 구호 활동 중인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은 연료를 최대한 아껴 쓰며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고갈되면 구호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현지시간 27일 AFP, AP 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연료 비축분이 거의 소진됨에 따라 구호 활동을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연료가 바닥을 보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선별적으로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필리페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연료가 없으면 인도주의적 대응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원조도, 병원에 공급되는 전기도,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도, 빵을 구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연료가 곧 바닥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가자지구에서 모든 구호 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7일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지난 9일부터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했습니다.
카타르의 중재로 협상이 이뤄지면서 지난 21일부터는 이집트와 가자지구 간 국경의 라파 검문소를 통해 국제사회의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드나들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의해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다며 연료의 반입은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구호단체들은 지난 21일 이후 현재까지 모두 74대의 트럭만이 가자지구에 들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쟁 전 하루 평균 500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구호단체들은 밝혔습니다.
특히 연료문제는 가자지구의 주민들을 더욱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AFP는 가자지구 병원 35곳 중 12곳이 연료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고 전했습니다.
가동 중인 병원들도 연료 고갈 우려 속에 응급실을 제외한 다른 부서의 기능이 모두 정지됐다고 유엔은 밝혔습니다.
인공호흡기, 신생아 인큐베이터, 신장 투석기 등 생명과 직결되는 장비 가동에 필요한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서 다른 기능은 폐쇄한 채 응급 환자만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자지구 최대 규모인 알시파 병원의 무함마드 아부 셀메야 병원장은 "병원들이 완전히 붕괴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일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연료 부족으로 구급차가 위급 환자에게 도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오늘(27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57명의 직원이 사망했다면서 "처음으로 동료들이 배가 고프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며칠 이상은 아닐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인도주의적 휴전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과 구호단체들은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제한 없이 허용해야 한다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과 기타 시설을 운영하기에, 충분한 연료를 비축하고 있다며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가 활동을 중단할 위기에 처할 정도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자 국제사회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은 26일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통로 개방과 군사 행위 일시 중지를 촉구했습니다.
이집트, 요르단,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모로코 등 9개 아랍 국가는 즉각적인 휴전과 민간인 표적 공격 및 사망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유엔 헌장에 명시된 자위권은 인도주의 및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신승이 기자 seungy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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