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과제라더니, 끝내 핵심 빠진 연금개혁안
보건복지부가 27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공개했다. 개혁안에는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원론만 제시됐고,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도 “상향 시 미래세대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방향성만 담겼다. 연금 수급 시기에 대해서도 결정을 미뤘다. 개혁의 3대 핵심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 시기의 구체적인 목표치가 모두 빠진 것이다.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연금개혁의 최종 정부안이 될 것으로 주목됐다. 그러나 연금개혁 작업을 주도해야 할 정부가 무책임하게도 ‘맹탕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미 복지부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을 12%·15%·18%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 등 24개 시나리오 보고서를 내놓았고,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제시한 바 있다. 시민단체에서도 비슷한 수치의 보험료율 인상에다, 구체적인 수치의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조규홍 장관은 이날 “의견이 다양한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보다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연금개혁의 첫발은 목표치의 제시라는 걸 모를 리 없는 복지부가 공을 국회에 넘기고 뒤로 빠지겠다는 뜻 아닌가.
종합운영계획은 국무회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이달 말까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된다. 정책결정권을 쥔 정부가 개혁의 핵심 부분을 공란으로 비워둔 채 국회에 넘기는 것은 무책임의 전형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더라도 국회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클 것인데, 숫자가 빠진 개혁안을 토대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불리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출생·고령화로 국민연금 재정에는 엄혹한 시기가 다가왔다.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기금은 2055년 소진된다. 게다가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 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중 하나인데 왜 이렇게 변죽만 울리는 일이 되풀이되는지 알 길이 없다. 윤 정부의 ‘직진본능’은 왜 이럴 땐 보이지 않는가.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그 부담은 미래세대가 고스란히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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