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속도 붙나…이종호 장관 “항우연·천문연 소속 법제화”
중복 R&D 해결…여야 최대 쟁점 해소 가능성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을 신설이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 직속기관으로 법제화하는 데 동의한다고 27일 밝혔다. 항우연과 천문연의 직속기관화는 우주항공청 설립을 둘러싼 야당과 과학계의 주요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인 격이다. 과기정통부는 그간 이를 반대해 왔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과기정통부를 상대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소속인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이 장관에게 “출연연(정부출연연구기관)법을 개정하고 우주항공청 신설 관련 법을 함께 통과시키면 (항우연과 천문연의 직속기관 법제화가) 가능하다”며 “이렇게 발의되면 정부 측에서 수용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장관은 “의원들께서 논의해 주시는 대로 따르겠다”며 “법제화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동안 야당과 과학계는 우주항공청 울타리 안에 항우연과 천문연이 들어와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항우연과 천문연을 지금처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우주항공청 전체 인력을 300여명으로 구성하고, 이 가운데 200여명을 자체 연구인력으로 두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과 과학계는 “이러면 항우연·천문연과 중복 R&D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반발하면서 우주항공청 설립 논의가 진척되지 못해왔다. 항우연과 천문연이 기존에 하던 R&D와 우주항공청이 독자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장기적이며 개념적인 R&D’가 뚜렷하게 구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지난 24일 국감에서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항우연과 천문연을 직속기관으로 삼는 일을 첫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과 과학계에선 직속기관화를 확약받을 수 있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이 장관이 국회 논의를 통해 항우연과 천문연을 우주항공청 직속기관화하는 법제화가 이뤄지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우주항공청 설립 논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5일 우주항공청 설립 법안을 다루기 위해 구성된 과방위 산하 안건조정위원회는 우주항공청을 과기정통부 산하 외청의 차관급 기구로 두기로 하는 등 대부분의 쟁점에서 합의했다. 하지만 논의 막판에 ‘우주항공청에 독자 R&D 기능을 두자’는 여당과 이에 반대하는 야당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최종 의결에는 실패했다. 항우연과 천문연이 우주항공청 직속기관이 된다면 사실상 마지막 쟁점이었던 중복 R&D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공산이 크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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