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뀐 윈저, 로컬 위스키 판도 뒤집기 나선다
국내 수위를 다투는 로컬 위스키 브랜드 ‘윈저’가 새 주인을 만나 전열을 재정비한다. 팬데믹 이후 내내 침체에 빠진 로컬 위스키 시장에 윈저가 지각 변동을 불러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파인트리자산운용은 윈저글로벌을 인수하는 계약을 마무리했다. 윈저글로벌은 윈저에 대한 사업권과 관련 지적재산을 소유한 회사다.
세계적인 주류회사 디아지오 한국 법인 디아지오코리아는 당초 이 권리를 가지고 있다가 지난해 7월 윈저 위스키 사업부만 분리한 독립법인 ‘윈저글로벌’을 세웠다.
이번 거래는 디아지오 아틀란틱 B.V.(Diageo Atlantic B.V.)가 보유한 윈저글로벌 지분 100%를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운영하는 ‘PT W’에 매각하는 조건을 포함했다.
존 오키프 디아지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장은 이날 계약 직후 공지에서 “이번 거래는 자산 배분에 대한 디아지오의 엄격한 접근 방식과 끊임없고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관리 기록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한국에서) 소비자 고급화 추세가 이어지고, 위스키 카테고리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계속 증가한고 있어 디아지오 입지는 매각 이후에도 여전히 강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윈저글로벌을 인수한 파인트리자산운용 포트폴리오에는 이전까지 주류 혹은 관련 F&B 관련 기업이 없었다. 2009년 출범한 파인트리는 부동산과 부실채권(NPL) 투자를 전문으로 한다.
이 때문에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인수 이후 고용 보장을 전제로 한 노동조합과 대립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했다. 노동조합 문제는 윈저글로벌이 인수 시장에 나온 1년 3개월 동안 매각 주요 변수로 꼽혔다.
노조 반대는 지난해 첫 인수 대상자로 떠올랐던 베이사이드프라이빗에쿼티-메티스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베이사이드-메티스)과 맺었던 조건부 계약이 어그러진 이유 가운데 큰 몫을 차지했다. 윈저글로벌 노조는 ‘PE가 윈저글로벌을 인수할 경우 임직원 고용보장이 불투명하다’는 명분을 들고 있다.
노조 문제를 해결하면 이후 오랜 침체기에 접어든 국내 로컬 위스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로컬 위스키는 해외에서 위스키 원액을 국내로 들여와 병입하는 제품을 말한다. 주로 유흥업소나 칵테일바 같은 TOT(Traditional on Trade) 채널에서 높은 마진을 붙여 파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윈저, 임페리얼 같은 외국계 주류기업 로컬 위스키는 팬데믹 이전 한때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유흥업이 침체기에 들어서고 주류 소비 문화가 바뀌면서 최근 축소 수순을 밟았다. 디아지오 경쟁사 페르노리카는 지난 2019년 임페리얼 판권을 매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팬데믹 시기 홈술로 위스키를 경험한 젊은 소비자가 늘면서 앞으로 주점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로컬 위스키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가령 외국계 주류 기업이 로컬 위스키 사업을 철수하는 사이, 꾸준히 로컬 위스키 사업을 넓혀 온 골든블루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57.8% 성장하며 사상 최대 기록(2176억원)을 세웠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윈저는 로컬 위스키 시장에서 팬데믹 이전까지 골든블루에 앞서 줄곧 1위를 지켜온 브랜드”라며 “윈저글로벌이 그동안 인수설이 돌면서 영업망 관리에 신경을 쏟지 못했지만, 선장이 바뀐 다음 다시 재정비를 하면 빼앗긴 점유율을 일부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별도로 윈저글로벌 인수를 노리던 하이트진로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하이트진로는 소주·맥주 등 주류 시장 영업력을 바탕으로 로컬 위스키 사업에 뛰어들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대개 소주·맥주를 취급하는 영업소에서 위스키도 함께 취급하고 있어 영업반경이 겹친다.
그러나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윈저글로벌을 가져가면서 사업다각화를 위한 위스키 업체 인수는 당분간 미뤄질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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