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인자 리커창 별세...총리 퇴임 전 "하늘이 보고 있다" 쓴소리(종합2보)

김성식 기자 강민경 기자 김예슬 기자 박형기 기자 2023. 10. 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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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중국의 2인자였던 리커창 전 총리가 27일 심장마비로 별세한 가운데 과거 "하늘이 보고 있다"고 말한 리 전 총리의 퇴임사가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중국중앙(CC)TV는 리 전 총리가 전날 상하이에서 휴식을 취하던 도중 돌연 심장마비 증세를 겪였고 응급 구조를 위한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날 0시10분 향년 6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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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심장마비로 숨져 향년 68세…시장친화 정책에 시진핑 라이벌로 부상
총리 재임시 불평등 문제 지적해…中 누리꾼 "자유주의 개혁 등대 꺼져"
2018년 5월9일(현지시간) 리커창 중국 전 총리가 일본 도쿄에서 일본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는 모습. 2023.10.27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강민경 김예슬 박형기 기자 = 한때 중국의 2인자였던 리커창 전 총리가 27일 심장마비로 별세한 가운데 과거 "하늘이 보고 있다"고 말한 리 전 총리의 퇴임사가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중국중앙(CC)TV는 리 전 총리가 전날 상하이에서 휴식을 취하던 도중 돌연 심장마비 증세를 겪였고 응급 구조를 위한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날 0시10분 향년 6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도 대변인 명의 브리핑을 통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별세한 리커창 동지의 안타까운 사망에 깊이 애도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리 전 총리 사망과 관련해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었다. 마오닝 대변인은 조만간 정부 차원의 부고가 발표된다고 덧붙였다.

리 전 총리는 2007년부터 제17~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으며 2013년부터 10년간 총리직을 수행하다가 올해 3월 물러났다. 베이징대 법학과를 나왔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영어도 유창한 데다 중국 경제의 맥을 제대로 짚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위해 일련의 경제 지표들을 채택하기도 했다. 2007년 랴오닝성 당서기 시절 철도 물동량과 전력 소비량, 은행 신규대출 등 세분 데이터를 활용해 부풀려진 국내총생산(GDP)을 대체할 지표를 마련했다.

6년 뒤 총리에 취임한 그는 단기적 고통을 장기적 이익과 맞바꾸는, 경제 구조조정과 시설투자 촉진을 강조한 '리코노믹스' 정책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천문학적인 정부 부채와 과도한 인프라 투자로 불균형해진 경제의 구조를 개선하는 게 골자였다.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학 중국센터장은 리 전 총리가 경제 정책이 진보적인 개혁주의 쪽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지방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민간 부문이 국영 기업과 동등한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3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서 리커창 전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2023.3.11ⓒ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처럼 시장경제에 초점을 맞춘 리 전 총리는 한때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라이벌로도 꼽혔으나 시 주석이 1인 독재 체제를 굳히면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리 전 총리가 결국 퇴임하자 사회주의 경제를 강조한 시 주석과 정책 방향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결과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총리 재임 기간 여러 차례 시 주석에 반기를 들었다. 2020년 5월 전인대 기자회견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6억 명의 월수입이 겨우 1000위안(약 18만5000원)밖에 안 되며,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 발언은 국제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 주석이 강조한 '샤오캉'(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에 대한 노골적인 반박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겨냥해 방역 지상주의가 경제를 망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리 전 총리는 지난 3월 퇴임하면서도 뼈 있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그는 국무원 직원 800여명 앞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幹天在看)"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인용한 이 문구는 '일은 사람이 하지만, 판단은 하늘이 한다'는 뜻으로 주로 부도덕하거나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지 말란 경고로 사용된다.

이에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누구를 말하는 거냐", "깊은 의미가 있는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날도 리 전 총리 별세 소식에 일부 중국 지식인과 자유주의 엘리트들은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등지에서 "리커창 전 총리는 중국의 자유주의 시장 경제 개혁의 등대였다"며 "갑자기 등대가 꺼짐에 따라 자유주의 시장 경제 개혁이 끝났다"고 애도의 글을 남겼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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