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실력?’ 아니 ‘재력’.. “뭐니뭐니해도 돈이 있어야”
10명 중 7명.. “능력은 곧 실력” 공감
부모 재력 등 영향.. 무임승차 vs 능력
사회적 성취 수준 무게.. 학벌, 문화 취향
개인의 능력이나 재능에 따라 보상받는 걸 ‘능력주의’라 인정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듯 제 능력으로 사회적 성공을 거둔데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는 타진됐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습니다.
사회적으론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개개 실력보다 ‘경제적 부(富)’의 수준이 ‘능력’으로 인식되는게 짙어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돈’이 ‘돈’을 낳는 연결고리가 거듭되면서 ‘능력’은 개인보다는 축적된 부의 상속이나, 부모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서울~제주)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능력주의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능력주의’란 부모의 재력, 출신과 관계없이 개인의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 것을 의미한다는 데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실력보다 주변 환경적 요소가 사회적 성공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우려가 높은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 ‘능력주의’ 개인 능력에 따른 보상.. “현실과는 괴리”
우선 전체 응답자 상당수가 ‘능력주의’는 그 사람의 출신과 상관없이 순수한 개인의 능력에 따라 보상받고(77.7%, 동의율), 부모 재력과 관계없이 개인의 능력으로 보상받는 것을 뜻한다(75.7%)고 생각할 정도로 ‘능력주의’에서 말하는 ‘능력’을 ‘실력’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이같은 개인적인 인식과 달리, 우리 사회 통념으로 접근하면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한국 사회에서의 능력은 실력보다 ‘경제적 부’의 수준이 능력으로 인정됐습니다.
전체 응답자 상당수, 즉 10명 중 8명(82.0%)이 ‘한국사회에서의 능력이란 그 사람이 가진 배경, 자원, 인간관계를 총동원해서 성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는데 공감을 내비쳤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능력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고’(68.8%, 동의율), 결국 능력이란 ‘얼마나 돈이 있는가’를 뜻한다(64.4%)고 답했습니다.
스스로 계층 수준을 낮게 평가한 응답자를 중심으로 능력의 기준이 ‘경제적인 부’라는 인식이 두드러졌습니다. 중상층 이상에선 50.0%, 중간층 58.7%, 중하층 63.7%, 하층 62.8%가 이처럼 ‘경제적 부’를 곧 ‘능력’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관계없이 ‘부모의 재력 유무에 따라 이미 양극화 차이가 있다’(80.6%, 동의율), ‘한국 사회는 부모의 재력 없이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다’(71.7%)고 평가하면서, ‘집안 배경’과 같은 환경적 요소가 사회적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10명 중 8명 “자력 성공, 존경하지만”.. 시각차 뚜렷
‘능력주의’가 집안 배경이나 인맥 등을 총동원해 얻는 보상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응답자 10명 중 8명(80.3%)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 배경 없이 성공을 이룬 사람을 존경한다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가정환경과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모두 능력자’(67.7%, 동의율)란 인식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부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성공하고 싶은 바람(69.6%, 동의율) 높았지만 순전히 ‘내 능력만으로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다’는 믿음(38.0%, 동의율)은 낮게 평가돼, 현실적으로 개인의 능력만으로 사회적 성공을 이룰 것이란 기대감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경제적 부’와 ‘학벌’을 이용해 사회적 성공을 얻는 것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공존했습니다.
부유한 부모 배경을 이용해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거나(53.2%, 동의율), 실질적인 성과 없이 명문대학 학벌 하나로 수많은 기회를 얻는 것(43.6%)을 일종의 ‘무임승차’로 보면서도, 부모의 배경을 통한 성공도 ‘능력의 결과’(53.9%)라며, 명문대 학벌 역시도 수년 간의 노력을 통한 결과이기에 더 많은 기회를 받아야 한다(49.7%)는 인식 또한 적잖았습니다.
특히나 계층 수준을 낮게 평가한 응답자 중심으로 가정환경, 학벌만으로 더 많은 성공 기회를 얻는 것을 무임승차로 여기는 경향이 좀 더 뚜렷한 특징을 보이면서, 사회적 갈등 문제를 촉발시킬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점쳐졌습니다.
■ ‘능력’은 결국 ‘사회적 성취’.. “학벌, 문화적 취향도 개인 능력”
전반적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을 표현할 때의 ‘능력’은 개인의 능력치를 의미하기보다 사회적 성취를 의미했다. 응답자 상당수(77.4%)가 ‘능력이 있다’고 할 때 능력은 순전히 개인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만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한 가운데, 개인의 ‘사회적 지위’(65.7%, 동의율)나 ‘경제적 부’가 그 사람의 능력을 말해준다(58.8%)고 답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명문대학을 간 사람(68.9%, 동의율)과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은 능력이 있는 사람(60.7%)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아, 지적 수준과 학벌도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꼽혔습니다.
또 개인의 문화적 취향까지 능력으로 평가되고 있는 점도 특징으로 꼽혔습니다. 자신만의 취향은 ‘스스로 만들어 간 것’(81.5%, 동의율)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자신의 문화적 취향도 능력의 하나(76.9%)로 받아들이는 태도로 풀이했습니다.
관련해 엠브레인트랜드모니터 측은 “개인의 취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는 얘기”라면서 “능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문화적 취향에까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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