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화물' 떼고 대한항공 품에 안길까 [컴퍼니+]
대항항공-아시아나항공 M&A
유럽연합집행위 까다로운 심사
‘화물 운송’ 독점 방지책 요구해
대한항공, 합병 위해 초강수 둬
아시아나 화물 매각 카드 꺼내
아시아나 이사회 결정에 달려
M&A 향방 가를 분기점 될 듯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ㆍ합병(M&A)을 두고 시장의 논쟁이 거세다.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여객 노선과 슬롯(Slotㆍ특정 시간에 항공기를 이착륙할 권리)을 내놓는 것으로 모자라, 이젠 아시아나항공의 핵심 사업(화물)까지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보여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어떤 분수령에 놓여 있는 걸까. 그들은 또 어떤 결정을 내릴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ㆍ합병(M&A)이 새로운 분기점을 맞고 있다. 화물사업부 매각을 안건에 부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오는 30일 열릴 이사회에 시장의 눈이 쏠리는 건 이날 내려질 결론이 두 항공사의 M&A 성사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운송 부문은 올 상반기 회사 매출의 21.7%를 차지한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코로나19 국면이던 2021년에는 3조149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회사의 생존을 책임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포기하려는 건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경쟁당국의 까다로운 문턱을 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이 M&A를 완료하려면 14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하고, 승인을 얻어내야 한다. 지금까지 11개국이 두 항공사의 통합을 허가했고, 남은 곳은 미국ㆍ유럽연합(EU)ㆍ일본 3개국이다.
이중 EU의 심사기관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유독 높은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EC는 "여객뿐만 아니라 한국~유럽 전역을 오가는 화물 노선에서도 시장경쟁이 제한될 것으로 우려한다"며 대한항공 측에 화물 부문에서의 독점적 지배력을 완화할 수 있는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프랑스ㆍ이탈리아ㆍ벨기에 등 외항사에 화물사업을 분담하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에 화물기를 지원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EC는 이것만으론 경쟁 제한성을 해소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C의 강경한 태도에 결국 대한항공이 꺼내든 카드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이다.
여기에 담긴 함의는 크다. 황용식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EC가 통합항공사의 화물운송 부문에 제동을 걸며 고강도 시정조치를 요구한 이유는 합병을 반대할 명분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대한항공이 화물사업 매각이란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만약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안건을 가결하고 화물사업 매각을 확정하면 EC에서도 더 이상 M&A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화물사업 매각이 무위로 돌아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EC가 기업결합을 불허할 여지가 생기면서 통합항공사 출범이 물건너 갈 공산이 커진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총 6명(사내이사 2명ㆍ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안건 통과를 위해선 과반인 4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의결 방향을 두고선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게 회사 이익에 반하는 배임죄에 해당하는 건 아닌지, 매각 무산으로 합병이 결렬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이 가능할지 등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M&A 불발 시 경영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항공경영학)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은 막대한 부채 때문에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여력이 없는 상태"라면서 "더욱이 대한항공이 고용 승계를 전제로 이번 M&A를 추진하는 만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비용과 인력 관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합병 승인의 키를 쥔 화물사업 매각에 쉽게 반대표를 던질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교수 역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으로 M&A 승인에 탄력을 받는 게 현재로선 베스트 시나리오라는 견해를 밝혔다. 황 교수는 "만약 M&A가 결렬된다면 이후 재매각을 준비한다고 해도 일단 회사를 '소생 가능한' 상태로 돌려놓고 봐야 한다"면서 "이 경우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이 추가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을 텐데, 결과적으론 '밑 빠진 격에 물 붓기'란 악순환만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명을 달리하는 갈림길 앞에서 아시아나항공은 과연 어디로 향할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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