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폐암 신약 렉라자 병용 임상 발표 평가 엇갈린 이유

허지윤 기자 2023. 10. 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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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철 연세대 의대 교수 글로벌 임상 결과 소개
“타그리소+화학요법 병용 비교 안 돼”
“렉라자 병용, 새 표준치료 가치 충분”
“추후 공개될 전체생존율(OS) 관건”
얀센은 렉라자의 글로벌 판권을 사들여 자사의 표적항암제인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렉라자는 오스코텍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가 최초로 개발한 것을 유한양행이 사들여 다시 얀센에 기술수출한 신약 물질이다. 타그리소와 같은 3세대 표적항암제다.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개발한 3세대 표적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병용요법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두고 시장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학계에선 이번 임상이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발표 직후 어찌된 일인지 유한양행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제약업계에선 주요 지표인 전체생존율(치료 시작 후부터 사망에 이르는 기간)이 공개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 9월 발표된 ‘타그리소’와 ‘키모테라피(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 연구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이상반응(부작용)에 따른 약물 투여 중단율이 높게 나타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은 27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설명회를 열어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 요법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를 소개했다. 조 센터장은 얀센이 기술이전을 받아 개발 중인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 글로벌 임상 3상을 총괄했다. 그는 앞서 지난 2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조 교수가 이날 설명에 나선 이유는 임상 결과에 대한 시장의 해석에 오해가 있어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글로벌 3상 임상 연구를 이끌고 있는 조병철 연세대 의대 교수(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가 27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이번 병용 임상 연구에서 항암제의 효과를 평가하는 1차 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는 23.7개월, 타그리소 단독요법은 16.6개월로 나타났다. PFS는 환자가 약을 투여한 후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생존한 기간을 뜻하는데, 유한양행과 얀센 약물 병용요법의 생존율이 타그리소 단독요법 생존율보다 30%가량 개선됐다.

조 센터장은 “이번 병용 3상 결과로 항암제 효과를 평가하는 1차 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 측면에서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단독요법보다 우월한 유효성을 입증했다”며 “현재 1차 표준치료로 가장 널리 쓰이는 ‘타그리소’와의 경쟁에서 승산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동안 글로벌 EGFR 변이 표적항암제 시장은 타그리소가 주도해왔다.

조 센터장은 물음표로 남아있는 병용요법의 전체생존율이 폐암 환자들이 가장 원하는 생명 연장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약물의 경쟁력을 가를 주요 지표로 꼽았다. 그는 “전체생존율을 감춘 것이 아니라 추적 관찰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완성 데이터는 추후 발표될 예정”이라며 “유의미한 결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조 센터장은 또 경쟁약물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 데이터와 비교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부작용이 더 많은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잘못된 비교 방식에 따른 통계 착시”라고 답했다.

조 센터장에 따르면 ‘마리포사(MARIPOSA)’로 명명된 이번 병용요법 임상 3상 연구와 ‘플라우라2(FLAURA2)’로 명명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의 항암화학 병용 임상 연구는 방식 자체가 달라서 단순히 통계 수치(결과값)만 놓고 비교하면 안 된다. 두 임상 연구는 환자군, 이상반응을 보여주는 자기공명영상(MRI)와 컴퓨터단층촬영(CT) 횟수와 추적 주기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우리는 리브리반트와 렉라자의 효과와 뇌전이 등을 세밀하기 살펴보기 위해서 모든 환자군에 8주마다 뇌 MRI를 찍었다”며 “플라우라2 연구와 비교해 MRI와 CT 촬영 횟수가 더 많은데, 여기서 통계적 착시가 생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CT와 뇌 MRI를 찍은 연구는 우리가 진행한 이번 글로벌 임상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설계되고 진행한 임상 연구의 숫자만 놓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비교해 잘못된 해석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번 마리포사 연구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과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비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데이터를 비교하려면 타그리소 병용요법 연구가 아닌 앞선 ‘플라우라(단독요법)’연구 데이터를 놓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플라우라2는 표적치료제와의 병용요법이 아닌 데다 화학치료제와의 함께 쓸 때 나타나는 부작용과 표적치료제 병용이 일으키는 부작용을 비교 평가할 때는 실제 환자가 감내할 수 있을지, 또 의료현장에서 다룰 수 있는 수준의 이상반응인지 등도 세세하게 살펴봐야 한다”라고 했다.

의학계에서는 타그리소의 병용요법 임상은 화학요법(키모테라피)과 병용한 것이라, 기존 화학요법이 가진 부작용을 감안하면 현장에선 활용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뚜렷하게 나타난 폐암은 표적항암제로 치료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이번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 연구는 EGFR 돌연변이 폐암 1차 치료제로서 타그리소를 대체하는 새로운 표준요법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올 전체생존율과 뇌전이 환자에서의 효과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교수는 이와 관련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반응지속기간이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9개월 더 개선됐다”면서 “전체생존율 분석에서도 타그리소를 단독으로 썼을 때보다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는 충분히 확보된 전체생존률 데이터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의 가능성을 보여줄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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