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플랫폼 망상'에 머물면···FAANG 앞지를 수 없다

서지혜 기자 2023. 10. 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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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제국의 거인들
조너선A.니 지음, 청림출판 펴냄.
'플랫폼이 곧 혁신' 통념 착각일뿐
디지털 기술이 성공 보장하지 않아
수많은 기업이 도전장 내밀었지만
세계 호령하는 FAANG 능가 못해
'테크 거인' 기업의 성공비결 분석
[서울경제]

신산업을 꿈꾸는 이들은 누구나 ‘플랫폼’을 떠올린다. 플랫폼이 곧 혁신이고, 신규 사업에 플랫폼이 없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과연 그럴까. 테크 거인이 세상의 모든 자본을 쥐고 뒤흔드는 시대, 플랫폼에 대한 이같은 망상은 끝까지 살아남는 기업을 발견하고 그 성공 원칙을 파악하는데 큰 장애물이 된다.

경영신간 ‘플랫폼 제국의 거인들’은 우리가 플랫폼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으려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플랫폼 기업이 무엇인가'를 정의한다. 플랫폼 사업은 개인과 조직을 연결해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으로 혁신을 이루거나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사업을 말한다.

이같은 정의는 ‘플랫폼은 디지털과 연결된 혁신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일반적인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는 플랫폼은 인터넷이 존재하기 전부터 어디에나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같은 이유로 ‘디지털 플랫폼은 아날로그보다 우수하다’는 주장도 편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은 잠재적인 플랫폼 사업의 규모와 범위를 크게 확대 하는데 기여했지만, 규모가 큰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플랫폼 사업 역시 구매자와 판매자의 관계가 보다 오랜 시간 유지되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 나아가 ‘모든 플랫폼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갖는다’는 생각과 ‘네트워크 효과가 곧 승자 독식’이라는 주장도 재고해야 한다. 영화관은 관람객과 제작 스튜디오를 연결하는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는 플랫폼이지만 이 네트워크 효과가 언제나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내구성이 뛰어난 사업은 플랫폼이나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성공한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구축한 덕분에 성공했다.

저자는 플랫폼에 대한 이같은 통념을 바로잡은 후 세계를 지배하는 플랫폼 기업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를 추적한다. 성공의 원천은 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핵심적인 독점 사업을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 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먼저 페이스북(F)을 보자. 페이스북은 초창기 구축한 고객 네트워크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며 투자를 이어갔고, ‘메타’로 과감하게 사명을 바꾸며 선두를 지켰다. 초창기 전통적인 소매의 디지털 버전일 뿐이라고 저평가 받은 아마존(A)은 핵심사업인 소매 판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AWS(아마존 웹서비스)에 투자를 늘려 수익을 창출한다. 이는 핵심 사업인 판매와 배송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시장 독점을 가능케 한다. 애플(A)은 그야말로 혁신의 아이콘이다. 자신이 개발한 기기로 이전의 기기를 밀어낸다. 한 사업의 생산 수명을 다음 혁신을 통해 꼭 필요한 재정적 아드레날린을 얻을 때까지 연장시킴으로써 휴대기기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난다. 넷플릭스(N)의 투자는 알고리즘이다. 넷플릭스는 우리가 어떤 작품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있고, 그 작품을 어떻게 시청하는지도 안다. 이를 통해 누구보다 빨리 시장을 선점해 경쟁 우위를 다졌다. 마지막 구글(G)의 힘은 구글 그 자체다. 구글은 끊임없이 모든 것을 최적화 하고,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규모와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

수많은 기업이 플랫폼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대분 FAANG의 그늘 아래 있을 뿐 FAANG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들은 투자자들이 FAANG처럼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기업에만 관심이 있다고 투덜댄다. 저자는 이러한 신생 기업들이 ‘플랫폼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판단하고, 테크 거인의 시대에 비교적 잘 자리 잡은 엣시, 에어비앤비, 부킹 등의 젊은 기업을 소개한다. 그들은 우연한 기회에 성공했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구체적이고 긴급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극도로 집중한다. 디지털 비즈니스에서 고객 구속력은 수명이 무척 짧지만 신생 플랫폼 기업은 고객의 일상과 제품 사용을 통합해 고객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는다. 이를 통해 FAANG의 그늘을 벗어나 투자자들에게 시대의 변화를 위한 가치를 제시한다. 혁신을 원하는 기업, 새로운 부의 기회를 찾는 투자자 등에게 일독을 권한다. 2만2000원.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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