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쓰러진 선두권···임희정은 '강타'로 일어섰다

서귀포=양준호 기자 2023. 10. 2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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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클래식 1R 58위서 2R 공동 2위로 '수직 상승'
기적의 4언더로 선두와 1타 차
맞바람에도 버디만 5개 쏟아내
"부상 딛고···올라온 샷 감 믿어"
첫날 선두 이승연, 9타 잃고 추락
임진희·최예림은 4언더 대열 합류
임희정이 2라운드 1번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 서귀포=권욱 기자
이승연이 27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2라운드에서 잔디를 날려 바람을 확인하고 있다. 서귀포=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하루 만에 분위기가 이렇게 확 바뀔 수도 있는 것일까. 27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GC(파72)에서 계속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 원) 2라운드는 ‘자연과의 대화’인 골프의 스릴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 기막힌 경기였다.

전날 핀크스는 ‘버디 성지’였다. 선두 2명의 스코어는 8언더파 64타나 됐고 언더파로 마친 선수가 102명 중 57명이나 됐다. 초여름 같은 따뜻한 날씨에 바람도 거의 없어 선수들은 부지런히 버디를 적립해나갔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이날 핀크스는 180도 다른 얼굴로 선수들을 맞았다. 초속 11m의 돌풍이 시종 선수들을 괴롭혔다. 전날 반팔을 입고 나왔던 선수들은 패딩 점퍼로 무장했고 방한 귀마개를 낀 선수도 있었다.

깃발이 미친 듯 춤을 추고 깃대가 휘어지는 조건에 스코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날 흔했던 버디가 하루 만에 귀하신 몸이 됐고 드물었던 더블 보기와 그 이상의 스코어가 속출했다. 어렵게 버디 하나를 건지면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언더파를 적은 선수가 5명, 이븐파가 3명에 그친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순위 변화를 보여준 선수는 임희정(23·두산건설)이었다. 1라운드에 이븐파 공동 58위로 컷 탈락을 걱정할 위치였던 그는 2라운드에 단숨에 선두와 1타 차의 공동 2위로 치고 올라갔다. 이븐파면 대성공인 조건에서 임희정은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데일리 베스트’다. 중간 합계 4언더파로 시즌 첫 승, 통산 6승 기회를 잡았다.

10번 홀(파5) 버디로 시작한 임희정은 13번 홀(파4) 보기 뒤 두 홀 연속 버디로 벌떡 일어섰다. 종잡을 수 없는 맞바람 탓에 ‘물귀신 홀’로 변한 5번 홀(파3)에서도 무난하게 티샷을 그린에 올린 뒤 7m 버디를 잡았다. 6번 홀(파4)에서는 칩인 버디도 나왔다.

발목 통증 탓에 여름 동안 한 달 반이나 쉬었던 임희정은 최근 공동 4위, 지난주 단독 2위 성적으로 부활 조짐을 보였다. 그는 “힘든 하루였지만 최근 찾은 샷 감각만 생각하면서 매 홀 파를 목표로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시즌 종료 전까지 1승은 꼭 하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세 홀 연속 버디 등으로 2타를 줄인 배소현(30·프롬바이오)도 합계 4언더파다. 그는 “바람이 강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돌풍이 더 심했다. 그래서 샷이나 퍼트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었다”며 “그래도 최근 가다듬은 아이언 샷을 믿고 했더니 만족한 하루로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주 우승자인 임진희(25·안강건설)와 SK네트웍스 소속의 최예림(24)도 4언더파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통산 8승, 시즌 2승의 이다연(26·메디힐)은 2타를 줄여 3언더파가 되면서 한 달 만에 다시 우승 기회를 열었다. 이다연은 “바람이 정말 강한 홀에서는 평소보다 네 클럽이나 거리를 더 봐야 했다”고 돌아봤다. 1라운드 공동 선두였던 이채은(24·안강건설)은 3타를 잃었지만 5언더파 단독 선두가 됐다.

계속된 바람에 그린이 단단해지고 플레이도 신중해지다 보니 한 조가 18홀을 마치는 데 무려 7시간 안팎이 걸렸다. 첫날 공동 선두 이승연(25·SK네트웍스)은 5개 홀에서 7타를 잃는 등 9오버파를 쳐 공동 19위(1오버파)까지 내려갔다. 타이틀 싹쓸이를 노리는 이예원(20·KB금융그룹)은 한 홀에서 5타를 까먹는 악몽을 겪기도 했다. 역시 1오버파 공동 19위다.

뒷바람이 강한 홀에서는 비현실적인 장타가 터지기도 했다. 12번 홀(파4)에서 티샷으로 황유민(20·롯데)은 335야드를, 방신실(19·KB금융그룹)은 323야드를 보냈다. 7타를 잃은 황유민은 4오버파로, 2타만 잃고 선방한 방신실은 이븐파로 반환점을 돌았다. 이들에 앞서 신인상 포인트 1위를 달리는 김민별(19·하이트진로)은 2오버파다.

서귀포=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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