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의 총리, 편히 잠드소서”… 리커창 사망에 중국 애도 물결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10. 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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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중국 전 국무원 총리가 27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중국 사회는 물론 해외에서도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홈페이지 첫 회면에 걸려있는 리 전 총리 사망 기사는 지난 26일 심장마비로 인해 27일 0시 10분 상하이에서 사망했다는 내용의 단 세 줄짜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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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추모 메시지 없이 예의주시
경제난 속 정부 비판·시위 경계하는 듯

리커창 중국 전 국무원 총리가 27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중국 사회는 물론 해외에서도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중국 공산당과 관영 매체들은 별도의 추모 메시지를 내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난과 맞물려 ‘경제통’ 리 전 총리의 사망이 정권에 대한 비판이나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에서는 이날 오전 리 전 총리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현재(오후 5시 30분 기준)까지 ‘리커창 동지 서거’ 해시태그가 인기 검색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해당 해시태그의 조회수는 19억8000만회를 넘어섰고, 관련 글은 58만1000개를 기록 중이다.

네티즌들은 추모 의미를 담은 붉은 촛불 이모티콘과 함께 ‘인민의 좋은 총리여, 편히 잠드소서’, ‘인민을 위해 일생을 바친 리 전 총리를 깊이 애도하고 영원히 기억할 것’ 등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너무 갑작스럽다”, “믿기지 않는다” 등의 반응도 많다. 리 전 총리는 올해 만 68세로 지난 3월까지 총리로 활동했다.

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생전 소박하게 식사하고 있는 모습.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리 전 총리가 '인민의 총리'였다며 추모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각국 중국 주재 대사관들도 리 전 총리와 해당국의 인연을 언급했다. 주중 일본 대사관은 “리 전 총리는 2018년 5월 열린 일중한 회담에 맞춰 일본을 공식 방문하는 등 일중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도 리 전 총리의 생애를 조명하는 기사를 앞다퉈 내보내고 있다. 영국 BBC는 “빈부격차를 줄이고 저렴한 주택 제공에 초점을 둔 정책으로 덜 혜택받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지도자로 명성을 얻었다”며 “시 주석에 의해 결국 배제됐지만 경제정책 면에서는 실용주의로 인기 있는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리 전 총리 사망 관련 기사가 줄을 잇는 해외와 달리, 중국 언론계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현재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홈페이지 첫 회면에 걸려있는 리 전 총리 사망 기사는 지난 26일 심장마비로 인해 27일 0시 10분 상하이에서 사망했다는 내용의 단 세 줄짜리에 불과하다. 신화통신, 환구시보 등 다른 주요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리펑 전 총리가 사망했을 때 “탁월한 당원, 오랜 기간 검증받은 충성스러운 공산주의자 군인이자 뛰어난 프롤레타리아 혁명가, 정치가, 당과 국가의 지도자”라는 찬사를 쏟아낸 것과는 정반대다.

리커창 중국 전 국무원 총리./블룸버그

BBC는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 언론들이 리 전 총리의 경력에 대한 공산당의 평가를 나타내는 공식 표현을 내놓지 않는 등 사망 소식을 경시하고 있다”고 했다. 리 전 총리의 사망이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과 시위를 촉발하는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청년 실업률도 높아진 상태에서 ‘경제통’ 리 전 총리의 사망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1976년 저우언라이 전 총리의 사망과 1989년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사망에 뒤따른 거대한 추모 열기는 각각 1·2차 톈안먼 시위로 이어진 바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리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한때 중국 메신저 ‘위챗’에서 ‘리커창’ 단어의 전송을 통제하기도 했다. 다만 관영 매체들이 사망 소식을 보도한 뒤로는 제한을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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