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양평도로 자료 삭제는 실수”→“지시 있었다” 시인

최하얀 2023. 10. 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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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업수행계획서 사라진 4쪽
실수라던 해명 석달만에 거짓 탄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실수가 아닌 지시’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해 관련 자료를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일부 내용을 누락한 이유가 애초 해명한 ‘(국토부) 실무자 실수’가 아닌 ‘실무자 지시’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반복적으로 자료를 숨기거나 거짓 해명을 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지난 7월23일 용역사의 ‘과업수행계획서’를 국토부 누리집에 공개하기 전에 계획서 일부 쪽 삭제를 용역사에 지시한 것은 누구냐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담당 실무자들이 지시했다”고 답했다. 국토부 실무자가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사인 경동엔지니어링 쪽에 과업수행계획서 일부 쪽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미다.

과업수행계획서는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재검토와 향후 용역 수행 방향을 정리해 지난해 4월 국토부에 제출한 자료다. 국토부 지시로 삭제된 쪽(23∼26쪽)에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기존 종점(양서면) 접속 계획의 기술적 어려움을 지목한 점을 거론하며 종점부 위치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본 타당성 조사에 본격 착수한 지난해 5월 이전부터 국토부와 용역사가 종점 변경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당시 자료 누락 사실이 드러나자 국토부는 그 이유에 대해 “실무자들의 단순 실수”라고 언론에 해명했다. 뒤 이어 7월26일 열린 국회 국토위 현안질의에서 이용욱 국장은 “초기에 (용역사가) 과업수행계획서를 제출할 때 그 부분을 넣지 않고 제출했다”며 한차례 말을 바꿨다. 당시 박 의원이 ‘일부 쪽이 누락된 계획서와 포함된 계획서 두가지 버전이 있다는 거냐’고 되묻자 이 국장은 “그랬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이 거짓이었다는 정황이 지난 12일 국정감사장에서 드러났다. 당시 김수현 경동엔지니어링 상무는 과업수행계획서 일부를 왜 누락해 제출했느냐는 질문에 “국토부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수정, 삭제했던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국토부 직원 지시를 받았냐’는 장철민 민주당 의원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이날 박상혁 의원의 질문은 김 상무의 발언을 토대로 한 것이었고 국토부가 이를 시인 것이다.

이날 국감장에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답변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원 장관은 ‘(용역사가 과업수행계획서) 두가지 버전을 (국토부에) 제출했다는 (7월26일) 도로국장 이야기는 거짓이 맞지요’라고 박 의원이 묻자 “과업수행계획서가 국토부에 제출된 것은 노형욱 장관 시절”이라고 응수했다. 올해 7월 자료 일부를 삭제하고 공개한 경위를 물었더니, 자료가 국토부에 제출된 지난해 4월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는 엉뚱한 대답을 한 것이다. 박 의원이 다시 “올해 7월 삭제를 누가 했느냐는 것”이라고 묻자 원 장관은 “그건 제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도로국장이 자세히 상황을 안다”며 답변을 하급자인 이 도로국장에 미뤘다.

이 국장은 이날 ‘삭제(지시)한 사람(국토부 실무자)이 정확히 누구냐’는 박 의원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 국장은 “제가 담당 국장으로서 챙기지 못한 건데 책임은 제가 질 일이지 실무자가 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의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이 국장에게 “위원회 의결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국회를 모욕하거나 위증하면 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라”고 경고를 남겼다.

국토부가 있는 자료를 숨긴 채 선별적으로 공개하거나, 거짓 해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국토부는 용역업체가 국토부에 제출한 타당성 조사 월별 중간 보고서나, 1차년도 타당성 조사 준공계(주어진 용역 수행이 마무리됐음을 보고하는 공문) 등을 요구하는 야당과 언론에 해당 자료가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공개한 바 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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