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윤중헌, 장애인AG 3관왕…사이클에선 최초

김희준 2023. 10. 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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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기타리스트와 소방관의 아름다운 동행
[서울=뉴시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른 김정빈과 윤중헌.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항저우=뉴시스] 공동취재단 = 김정빈(스포츠등급B)과 윤중헌(이상 전북장애인사이클연맹)이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시각장애(MB) 종목에서 3관왕을 합작했다.

김정빈과 윤중헌은 2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춘안 제서우 스포츠센터 벨로드롬에서 열린 대회 사이클 남자 시각장애(MB) 69㎞ 개인도로에서 1시간35분27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3일 4000m 개인 추발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따낸 둘은 26일 18.5㎞ 도로독주에 이어 3번째 금메달을 수집했다.

한국 선수가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사이클 종목 3관왕에 오른 것은 김정빈과 윤중헌이 처음이다.

김정빈은 "마지막 경기라 온 힘을 다해서 탔다. 1등을 확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면서 결승선에 들어왔는데 그동안 겪은 우여곡절의 시간이 스쳐 지나가면서 울컥했다"며 "시상대에서 가족과 여자친구, 제 눈이 되어준 안내견 메이가 떠올랐다"고 3관왕 소감을 밝혔다.

첫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건 윤중헌 역시 "첫 번째 시상식에서는 벅차기만 했는데 세 번째 애국가를 들으니 고생한 순간들이 떠오른다. 같이 땀 흘리며 고생한 (김)정빈 님에게 고맙다. 파일럿으로 저를 선택해주고 잊지 못할 경험 만들어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탠덤 사이클이라는 2인승 자전거를 탄다. 비장애인 윤중헌이 경기파트너로 앞에서 핸들을 쥐고, 시각장애인 김정빈이 뒤에서 함께 페달을 밟는다.

경기파트너 파일럿은 주행 페이스를 조절하며 방향을 잡고, 시각장애인 선수는 지휘에 맞춰 추진력을 제공한다. 메달은 둘 모두에게 주어진다.

둘은 불과 5개월 전부터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시너지는 컸다.

김정빈은 지난 6월 태국에서 열린 장애인사이클 아시아선수권대회 도로독주에서 우승하며 생애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냈고, 넉 달 만에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입맞춤했다.

모두 윤중헌을 만난 뒤 벌어진 일이다. 나긋한 말씨부터 조용한 성격까지 닮은 둘은 2주 간격으로 생일이 붙은 31살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

트랙과 도로 위에서 둘의 소통에 방지턱은 없었다.

윤중헌은 "도로는 변수가 많다. 짧은 코너가 있는가 하면 깊게 꺾이는 구간이 있고,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거나 오르막에서 같이 댄싱(안장에서 일어나 페달을 밟는 것)을 해야 할 때도 있다"며 "(김)정빈 님이 몸으로 느끼기 전에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말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빈은 "저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윤중헌의 말을) 들으면서 탄다. 그렇게 서로 맞춘다"고 덧붙였다.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였던 윤중헌은 동호인 동료 박찬종이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뒤 장애인사이클 선수로 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탠덤 사이클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9월 왼 다리를 절단한 뒤 의족을 달고 전업 선수로 전향한 박찬종은 재활일기로 사이클인들의 심금을 울린 인물이다.

윤중헌은 "(박)찬종이 형 소개로 김정빈 선수를 만났다. 탠덤을 알게 된 뒤 '정말 아름다운 동행이구나'라고 느꼈다"고 떠올렸다.

윤중헌의 본업은 소방관(남양주소방서)이다. 국가대표를 겸하면서 비번인 날을 쪼개 훈련하고, 공가를 내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

김정빈은 밴드에서 기타를 쳤다. 지금은 음악은 내려놓고 한 중소기업(하이브시스템)에 장애인 운동선수로 채용돼 사이클을 탄다.

그들의 자전거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조합이면서 전직 기타리스트와 현직 소방관의 조합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두 번째 시상대에서 내려온 뒤 '사이클 최고의 순간이 오늘이냐'는 질문을 받은 김정빈은 활짝 웃으며 "그럼요. 오늘이고, 곧 다시 바뀔 것"이라고 답했다. 하루 만에 그들은 다시 최고의 순간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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