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김정빈-소방관 윤중헌, 장애인AG서 첫 사이클 3관왕

설하은 2023. 10. 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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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은 기자·항저우 공동취재단 = 시각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 김정빈(스포츠등급 MB)이 경기파트너 윤중헌(이상 전북장애인사이클연맹)과 함께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김정빈과 윤중헌은 지난 6월 태국에서 열린 장애인사이클 아시아선수권대회 도로 독주에서 우승했고, 이번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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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m 개인 추발, 18.5㎞ 도로 독주 이어 69㎞ 개인 도로까지 우승
시각장애인 선수 김정빈 "최고의 날은 오늘…곧 다시 바뀔 것"
금메달 3개씩 목에 건 김정빈(왼쪽)과 윤중헌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항저우=연합뉴스) 설하은 기자·항저우 공동취재단 = 시각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 김정빈(스포츠등급 MB)이 경기파트너 윤중헌(이상 전북장애인사이클연맹)과 함께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두 선수는 27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69㎞ 개인 도로에서 1시간35분27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으면서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정빈과 윤중헌은 23일 4,000m 개인 추발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6일엔 18.5㎞ 도로 독주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세 번째 금메달을 합작하며 활짝 웃었다.

한국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건 처음이다.

사이클 종목에서 장애인아시안게임 3관왕이 나온 것도 첫 기록이다.

김정빈은 "오늘이 마지막 경기라서 온 힘을 다해 탔다"라며 "소리를 지르면서 결승선에 들어왔는데 그동안의 시간이 스쳐 지나가면서 울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가족과 여자친구, 그리고 내 눈이 되어준 안내견 메이가 떠올랐다"고 했다.

김정빈을 도운 윤중헌도 "파일럿으로 날 선택해주고 잊지 못할 경험을 만들어줘서 참 고맙다"고 말했다.

사이클 김정빈(오른쪽)과 경기 파트너 윤중헌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 김정빈(오른쪽)이 경기 파트너 윤중헌과 함께 2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CSC 벨로드롬에서 열린 사이클 남자 시각장애(MB) 4,000m 개인 추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두 선수는 탠덤 사이클이라는 2인승 자전거를 탄다.

비장애인 윤중헌이 경기파트너로 앞에서 핸들을 잡고, 시각장애인 김정빈이 뒤에서 함께 페달을 밟는다.

경기파트너인 파일럿은 주행 페이스를 조절하며 방향을 잡고, 시각장애인 선수는 추진력을 제공한다. 메달은 두 선수에게 모두 주어진다.

두 선수는 천생연분이다. 둘은 나란히 1991년 11월에 태어난 동갑내기다.

처음 만난 건 불과 5개월 전이지만, 빠른 속도로 호흡을 맞추며 승승장구했다.

김정빈과 윤중헌은 지난 6월 태국에서 열린 장애인사이클 아시아선수권대회 도로 독주에서 우승했고, 이번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두 선수는 본업에 충실하면서 또 다른 재능을 살려 인정받는 이른바 '부캐(부캐릭터)'도 나란히 갖고 있다.

김정빈은 과거 밴드에서 기타를 친 기타리스트 출신이고, 윤중헌은 남양주 소방서에서 일하는 현직 소방관이다.

윤중헌은 대표팀 생활을 겸하며 비번인 날을 쪼개 훈련하고 대회에 참가했다.

두 선수가 만나게 된 계기도 특별하다.

아마추어 사이클선수였던 윤중헌은 동호인 모임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던 박찬종이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뒤 다시 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탠덤 사이클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9월 왼쪽 다리를 절단한 뒤 의족을 달고 전업 선수로 전향한 박찬종은 재활 일기로 사이클인들의 심금을 울린 인물이다.

윤중헌은 "박찬종 형 소개로 김정빈을 만났다"라며 "탠덤 사이클을 알게 된 뒤 '정말 아름다운 동행이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시각 장애인 사이클 선수 김정빈과 안내견 메이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전직 기타리스트 김정빈과 소방관 윤중헌은 항상 많은 대화를 하며 소통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랬다.

윤중헌은 "특히 도로는 변수가 많다"라며 "짧은 코너가 있는가 하면 깊게 꺾이는 구간이 있고,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거나 오르막에서 함께 안장에서 일어나 페달을 밟아야 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빈이 몸으로 느끼기 전에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말을 많이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정빈은 "난 볼 수 없기 때문에 말을 들으면서 탄다. 그렇게 서로 맞춘다"라고 했다.

김정빈은 이날 시상대에서 내려온 뒤 "사이클을 시작한 뒤 최고의 순간이 오늘인가'라는 질문에 "오늘이고, 곧 다시 바뀔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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