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삼탕 정치공방만… 허무하게 끝난 '맹탕국감'
총선앞 의원들 마음 '콩밭'에
네탓 공방하다 자리 비우기도
국민 15%만 "국감 성과있어"
"21대국회 활동 잘못해" 80%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맹탕 국감'이라는 오명을 쓰고 27일 막을 내렸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폭풍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의원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이날 국방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정무위원회 등 8개 상임위원회의 종합감사를 끝으로 국감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해 국감은 특히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논란이 된 문제가 즐비했던 만큼 새로운 이슈 발굴 없이 정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의원들이 열의가 없다보니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은 사라지고, 기존 논쟁거리를 재탕해 고성이 난무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국감 마지막 날에도 여야는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감에서는 중국이 최근 탈북민을 대거 강제 북송한 것을 두고 여야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중관계가 사실상 파탄 직전까지 가고 있다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이념 외교가 낳은 재앙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탈북민 강제 북송이 한국 정부의 대중 외교가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결국 책임은 중국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로 도배되다시피 한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은 마지막 날까지 특혜 시비가 붙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감에서 "넉 달째 양평고속도로가 외압에 의해 특혜로 변경됐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타진요'를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민주당 소속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까지 나서 "적절하지 않고 굉장히 오만하다. 답변 태도를 똑바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초반에만 국감장을 지키다 오후에는 자리가 텅텅 비는 장면도 목격됐다. 민주당이 이번 국감 실적을 내년 총선 공천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있다.
여야는 맹탕 국감의 책임마저도 서로 떠넘겼다. 송석준 국민의힘 정책위부의장은 이날 "그동안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문제,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논란으로 그렇게 시끄러웠는데 지금 결과가 어떤가. 밝혀진 게 무엇이 있나"라며 야당을 비난했다. 반면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부·여당이) 명백한 사실에 대한 부정, 모르쇠, 적반하장식 태도로 폭정과 무능을 가리기 위한 국감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국감은 국민 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국정감사가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는 15%에 불과했다. 반대로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는 49%로 집계됐다. 2020년 출범해 임기가 6개월 정도 남은 21대 국회가 '활동을 잘했다'는 평가는 13%에 불과했으며 '잘못했다'는 80%에 달했다.
[전경운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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