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합, 최고위원 인선에 벌써 흔들…화 삼키는 비명계

최고위 내 이견에도 李 의지로 박정현 인선 관철
비명계 "탕평 아닌 비명 몰아낸 것" 불만 들끓어
하지만 보선 압승 후 단합 분위기라 반발 자제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0.27/뉴스1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외친 단합이 벌써 흔들리고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때문이다. 비명계 박영순 의원 지역구에 도전하는 친명계 인사를 앉혔다. 비명계는 노골적인 반발은 자제하면서도 들끓고 있다.

비명계 반발 박정현 최고위원 관철..지도부 "정책위의장은 비명이라 탕평, 이견 없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27일 새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을 인선했다. 박 전 구청장 하마평은 일찍이 올랐는데, 비명계에 호남인 송갑석 의원이 내려놓은 자리에 친명계에 충청 인사를 앉힌다는 점과 총선을 지휘할 지도부에 비명계 현역 박영순 의원 지역구 도전자가 합류한다는 점에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돼왔다. 거기다 이 대표가 단합 메시지를 낸 만큼 다른 인사를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예상을 깨고 박 전 구청장 인선이 관철된 것이다.

당 차원에서는 계파논리에 거리를 두며 신임 정책위의장에 비명계 호남 이개호 의원을 인선했다는 점을 들어 오히려 탕평책이라는 입장이다. 최고위 회의 직후 이 대표는 박 전 구청장에 대해 “그 분이 친명인가. 모르겠다”고 일축했고,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통합형 인선”이라 규정하며 최고위 내 이견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정현 신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 이개호 신임 정책위의장.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최고위 내 이견 확인..친명·비명 의원들도 반응 엇갈려

그러나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고위 내 의견차는 존재했다. 이 대표가 23일 당무에 복귀하자마자 인선을 내지 못한 이유다. 비명계 반발에 다른 인사들을 검토했지만, 결국 이 대표의 의지가 강해 박 전 구청장 인선이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최고위원 인선을 두고 최고위 내 이견이 있었고, 이 때문에 인선안 의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이라며 “충청과 여성이라는 큰 범위는 공감대가 있었는데, 박 전 구청장 외에 달리 인물을 찾기 어려웠고 결국 이 대표 의지에 따라 확정된 것”이라고 전했다.

최고위 이견과 같이 친명과 비명 반응도 엇갈렸다.

친명계 한 최고위원은 “친명과 비명보단 충청과 호남에서 더 약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규정했고, 한 의원은 “(충청 출신) 윤석열 대통령 탓에 충청 인사가 소외되고 사업 진척도 안 되는 등 홀대론이 막 생기던 와중이라 충청 최고위원 인선은 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명계에선 공개비판이 잦은 이원욱 의원이 나서 반발했다. 이 의원은 SNS를 통해 “박정현 최고위원은 비명계 박영순 의원 지역구 출마를 공식화했다.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도 저버리는 행위다. 박영순 의원 찍어내기가 아니라면 불출마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명계 내부에서도 불만이 들끓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충청권 배려라면 비명계에 박영순 의원도 있고 강훈식·조승래 의원 등 색이 옅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곳 출마자를 인선하니 문제가 있다”고 했고, 한 중진 의원은 “탕평이 전혀 아니고, 비명계를 다 몰아내버린 형국”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李 가결 징계 일축에 보선 압승한 터라 크게 반발키 어려워.."이제는 타협해야 할 때"

다만 비명계가 대대적으로 지도부에 맞서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번 인선에는 불만이 제기되지만,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 징계를 일축하며 단합 메시지를 확실히 냈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압승한 상황이라서다.

비명계 한 초선 의원은 “최고위원 인선에 이견은 있지만, 체포안 가결 징계를 안 하기로 결정하는 등 이 대표 입장에선 양보한 부분이 있어서 결사반대까지 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서로 타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호남 출신 최고위원이 없어진 건 안타까운데, 이 대표 입장에서 배려해야 할 게 여러 가지가 있었을 테니 잘 고려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여러 생각들이 있겠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 공천 불안을 감내하는 당사자인 박영순 의원도 이 대표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박 의원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우리 당헌에 규정된 당 대표의 고유권한인 만큼 존중한다. 또한 충청 출신 인사가 당 지도부에 합류하게 된 점에 대해서도 환영한다”며 “이번 인사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것이라는 이 대표의 설명이 있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그 이상의 어떤 정치적 의미도 부여돼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