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손 안 대고 기초연금 퍼주는 게 개혁인가 [사설]
우려했던 대로 알맹이 빠진 연금 개혁안이 나왔다. 27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가 의결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성을 담았을 뿐,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 개혁을 위한 숫자를 제시하지 못했다. 개혁안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데, 국회가 총선을 앞두고 표(票)에 도움이 되지 않을 연금 개혁에 매달릴 가능성은 낮다. 개혁 시간표는 총선 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정부는 "OECD 가입국과 소득대체율은 유사한 반면 보험료율은 절반 수준이어서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인상 수준은 공론화를 통해 구체화한다"고 제시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보험료율 인상, 수급 연령 연장 등 20개가 넘는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고, 선택만 남은 상황에서 다시 공론화를 제안한 정부 방침은 무책임하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사지선다형으로 개혁안을 나열했을 때 당시 야당 의원들이 "무책임의 극치"라며 맹비난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국민연금 개혁에는 손도 대지 못한 것과 달리 기초연금은 40만원으로 인상된다. 대상자 축소 없이 연금액만 높이기로 한 것은 노인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 부담을 늘리는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는 없다. 현재의 국민연금 보험료율(9%)은 25년째 제자리다. 앞으로 5년간 보험료를 낼 가입자는 86만명 감소하고, 수급자는 240만명 넘게 늘어난다. 이대로라면 2055년엔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된다. 연금 개혁에 소극적인 모습은 오히려 총선 때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던 윤석열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확정기여 방식 전환, 연령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등을 제안한 정부도 공론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연금 개혁 공을 넘겨받을 국회 역시 정치적 계산을 내려놓고 미래를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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