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몸이 보내는 신호
나이와 함께 온 신체 변화
건강 자신감 사라지다
몸의 메시지에 순응하며
스스로 위로하고 케어하기
잔병치레 없이 비교적 건강하게 살아왔지만,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신체 이곳저곳 예측지 않았던 문제들이 생겨 병원을 찾는 일이 늘었다. 이삼 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있었는데, 실상 나이가 들어가니 점차 이 자신감이 사라지는 듯해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2년 전에는 뇌출혈로 큰 수술을 받아야 했고, 서너 달 전에는 목디스크 협착증이 생겨 두 달을 심한 어깨 통증으로 고생하며 치료를 받았다. 과연 '세월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평생 천주교 수도 사제로 살아오며 공동체 생활을 해왔고, 삶의 일과도 어느 정도는 늘 규칙적인 리듬을 벗어나지 않는다. 식사 시간은 일정하고, 거의 30년 가까이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출장을 가거나 심지어 외국에 나가서도 새벽 운동을 거르지 않는 편이다.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술은 즐겨 하지 않는다. 주말이면 늘 등산을 간다. 이런 정도면 매우 훌륭한 건강 생활 습관을 지니고 있다고 해야겠다. 아파 누워본 일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나이가 드니 내 몸도 이제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어찌 아니겠는가. 영양제가 됐든 보조제가 됐든 늘어나는 것은 약의 종류이고 한 해 한 해 그 종류는 더 늘어날 것임이 확실하다. 과연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에 대해 확신하고 자신 있는 사람이 많이 있을까? 규칙적인 식습관과 적당한 운동으로 잔병치레 한번 하지 않았다고 해서 노년의 건강을 자신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는 없겠다. 운동 과욕이나 중독은 없었지만, 그래도 연속해 며칠 동안 새벽 운동을 빼먹으면 몸이 찌뿌둥하고, 주말 등산을 거르면 몸이 근질근질해 기분이 가라앉기도 한다. 평소 늘 해오던 운동 강도로는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근육이 감소하는 속도나 뱃살 늘어나는 속도도 감당치 못하는 균형점을 넘어선 듯하다. 이러다 보니 흔히 말하는 면역력도 조금씩 감소해 자질구레한 잔병치레도 조금씩 늘어나는 듯하다.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 주말 등산 등으로 다져진 몸이라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여기저기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면, '너도 아프냐?'라는 말을 듣게 되고,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 힘들다고 하면 의외라는 듯 웃기도 한다. 운동하며 오르는 층계가 산에서 오르는 층계와는 다르기도 하거니와 나이가 들면 당연한 것 아닌가?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고, 무릎이 아프기도 하고, 걸음걸이가 늦어지고, 지하철이 들어와 설 때면 빠르게 빈자리를 찾아 가능한 한 앉아 가기를 바라며, 겨울 빙판길이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이 사실인데 아프다는 말을 의아하게 생각하니 나로서는 그것이 더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아프다고 하면 낯설다고 하는데 그게 마냥 좋게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이제 건강하다고 과신하지 말고 평소의 생활을 유지하며 몸이 말하는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나이에 따른 육신의 변화와 증세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수용하지만 무시해서도 안 되겠다. 어찌됐건 이제까지 큰 탈 없이 살아왔다면 감사한 일이고 복 받은 일이지 않은가. 스스로 지금의 내 나이가 좋고, 오늘의 내 모습에 만족하고 감사하다면 좋지 않겠는가. 이제는 내 몸을 스스로 위로하고 이곳저곳을 조금씩 아껴줘야 할 것 같다. 별것 있겠는가? 누군가가 말했듯이 열심히 걸어준 내 발을 한번 꽉 주물러주고, 다리도 두들겨주고, 몸통은 다독여주고, 손도 잡아주고, 손을 비벼 눈은 따뜻하게 눌러주고, 귀는 당겨 시원하게 풀어주고 목도 풀어줘야겠다. 속으로 고맙다고 말해주면서 말이다.
[심종혁 서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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