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가짜를 잡는 카메라
"안녕하세요. 배우 이영애입니다. 도서 5000권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상대를 속여 돈을 갈취하는 범죄인 이른바 '스캠(Scam)'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예인 사진이 무단 사용되고 있다. "무료로 책을 줄 테니 주식 리딩방에 가입하라"는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연예인 사칭 악성 광고다. 유명 인사가 무료 주식 책을 들고 찍은 사진은 진짜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배우 이영애뿐 아니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이 사칭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한편에선 가짜를 만드는 기술에 대항하는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AI 가짜 이미지가 활개를 치자 174년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광학 기업 라이카가 '악용'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9195달러(약 1244만원)짜리 카메라 M11-P를 이달 말 내놓았다.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 일종의 원본 식별표인 '콘텐츠 자격 증명'이 생성되는 세계 첫 카메라의 탄생이었다.
퀄컴 역시 이달 말 3세대 스냅드래곤8을 내놓았다. 카메라가 찍은 사진과 AI가 생성한 이미지에 라벨을 붙이는 기능이 내장돼 있다. 앞으로 이 칩을 스마트폰 업체가 사용할 경우 획기적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미국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어도비는 진짜를 식별하고자 이미지가 생성되거나 변경될 때 이를 기록해주는 '메타 데이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촬영 단계부터 진위를 식별하는 첨단 판별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기술은 중립적이라는 점. 3D 프린팅은 맞춤 제작에 필요하지만 불법 무기에 악용되고, 핵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지만 폭탄으로 쓰이며, 드론은 일손을 덜어주지만 살상무기로 활용된다. 실리콘밸리의 사상가인 케빈 켈리 와이어드 창업자는 인류가 300만년 전 구석기를 발명한 이래 이러한 위험한 기술 속에서 생존해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류가 기술을 단 1%만이라도 더 선하게 쓴다면, 호모사피엔스는 멸종 없이 번영할 수 있다." 탓해야 할 것은 인간이고,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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