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지속가능성을 담은 패션
올해 초 미래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대학생들을 회사에 연달아 초대했다. 젊은 인재에게 내일을 위한 다양한 가치를 담은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모인 공통적인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원단에 직접 무늬를 프린팅하는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터'를 활용해 제작한 원단과 의상을 소개할 때였다. 디지털 프린팅이 있다는 것은 패션학도로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학생들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선명한 색감뿐만이 아니었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미래 세대답게 디지털 프린팅의 친환경적 측면에도 귀를 기울였다. 실제로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은 아날로그 날염 방식과 비교해 에너지 사용량은 50%, 물 사용량은 30%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프린터의 친환경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학생들이 향후 실무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해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투어가 끝날 무렵에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비용 부담으로 시제품 제작에 어려움이 있다는 고민을 들었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의 창의적인 디자인을 실제 의상과 소품으로 만들고 패션 업계에 활용하는 방안까지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이에 대학생들의 프린팅을 지원하고, 이를 발전시켜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 공모전까지 개최하기로 했다. 특히 날염 방식이 디지털로 전환되며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터 점유율이 향후 30~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미래 패션 산업의 인재로 성장하는 데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필자의 회사는 단순히 우수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패션에 '미래의 가능성을 담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공모전에서 학생들이 친환경 패션 산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나누고, 스스로 그 가치를 깨달으며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는 데 힘쓸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곧 지속 가능한 미래와 패션 산업을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디지털 날염을 비롯해 친환경 비건 소재, 태양열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의류 등 친환경 패션 기술은 여럿 개발돼 왔다. 패션 기술의 발전은 '착한 패션' '슬로 패션'이라고 불리며 하나의 유행처럼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친환경 패션 산업이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한순간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친환경 기술의 현실화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의류와 소품을 제작하는 디자이너들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기술을 활용하고, 공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패션을 향유하는 당사자들의 역할과 목소리를 한데 모아 진정한 친환경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고 미래의 가능성 또한 함께 열리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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