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경제산책] 부동산 편중된 가계자산 구조 바뀔까
2020~2021년 투자자 2배 증가
작년 엔데믹 이후 감소 전환
자산구조 바뀔지 더 봐야지만
장기적 부동산 하락 대비해야
우리나라에서 삶의 질을 보여주는 1인당 국민소득은 작년 기준으로 3만3000달러 정도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명실공히 선진국에 진입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내기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들과 몇 가지 다른 면이 있는데 바로 가계자산의 구조가 그렇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여 부동산에 엄청 쏠려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은 64대36이다. 일부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비율과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미국은 29대71, 일본은 37대63, 그리고 영국은 46대54다. 2000년 이후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입문하였지만 부동산 가격이 때로는 급격하게 때로는 꾸준하게 상승하면서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굳건하였던 가계자산의 부동산 쏠림이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코로나19 기간에 20대와 30대 젊은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연령별 주식투자자 자료를 그래프로 그려보았다. 20대 투자자 수는 빨간색, 30대 투자자 수는 파란색이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에 20대와 30대에서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 수가 전년도인 2019년 대비 두 배 정도 증가하였다. 특히 20대 투자자 수는 40만명에서 100만명 이상으로 두 배 넘게 폭증한 것을 알 수 있다. 젊은 주식투자자 증가는 다음해에도 계속되어 2021년에도 20대와 30대가 2배 정도 증가하는 것이 보인다.
젊은 주식투자자가 2년 연속 전년 대비 2배로 증가한 예는 이전에 없었던 일이기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근간을 흔들 힘이 있다.
지금의 40대 이상 중년·노년 세대는 곧 은퇴하여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산을 팔아서 생활을 유지하여야 하는데 젊은 세대가 그것을 사주어야 한다. 그런데 젊은 세대가 주식투자를 급격히 늘리게 된다면 부동산시장에 있던 자금은 금융자산으로 이동하게 되고 젊은 투자자들이 은퇴할 때까지 오랫동안 금융시장에 머무른다.
이렇게 된다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증가하겠지만 부동산 자산의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자산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중년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등골이 서늘한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팩트 체크를 하여 보자. 20대와 30대 젊은 주식투자자는 정말로 계속하여 늘어나는 것일까. 이 그래프에서 2022년을 주목해서 보자. 젊은 주식투자자 수는 2021년까지 급격히 증가하였지만 2022년 이후에는 그렇지가 않다.
특히 20대 주식투자자 수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2021년에서 2022년 사이에 20대 주식투자자는 약 20% 감소하였다. 반면 같은 기간에 30대 주식투자자 수는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의 주식투자가 늘어서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구조를 변화시킬지는 좀 더 기다려 봐야 알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지금 부동산에 쏠려 있는 우리나라 가계자산이 금융시장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는 없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빠른 노령화 때문에 젊은 세대와 중년 세대가 공적·사적 퇴직연금을 급속히 늘리고 있고 이들 연금은 금융자산 위주로 투자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가계자산이 금융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될 때 부동산시장의 하락이 시작될 수 있다. 미래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와 사람들의 선호도를 고려할 때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상대적으로 괜찮겠지만 지방 부동산시장 하락에는 그 탈출구를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러한 미래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을 피하기 위하여 정부가 시행하는 주택연금의 확대가 필요하다. 언젠가 일어날 수 있는 부동산시장의 급속한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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