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앉아 두 손가락으로 그려낸 세상 [책의 향기 온라인]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2023. 10. 27. 17: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가영 작가는 세 살 때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멀리 여행도 갈 수 없고 학교에 다닐 수도 없던 작가의 유일한 취미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스무 살 생일 선물로 받아 책장 위에 올려둔 스트랩 구두도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된다.

이 책은 작가가 양손 검지로 스마트폰 액정을 꾹꾹 눌러 담아낸 글 중 12편을 묶은 에세이집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장 속 그 구두는 잘 있는, 가영/김가영 지음/232쪽·1만 5000원·라운더바우트
김가영 작가는 세 살 때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휠체어 위에서 생활하며 여덟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 25년째 살고 있다. 멀리 여행도 갈 수 없고 학교에 다닐 수도 없던 작가의 유일한 취미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작가는 하루의 14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보낸다. 그 시간 동안 어린 시절을 반추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세심하게 뜯어본다. 스무 살 생일 선물로 받아 책장 위에 올려둔 스트랩 구두도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된다.

홈스쿨링을 거치며 깊은 유대감을 쌓은 가족은 작가에게 좋은 글감이다. ‘반품도 안 되는 불량품을 출고했느냐’며 부린 투정,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돌봐야 했던 오빠에 대한 애정, 정전으로 거실에 모인 가족들과 나눈 대화 등 책은 작고 따듯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책은 작가가 양손 검지로 스마트폰 액정을 꾹꾹 눌러 담아낸 글 중 12편을 묶은 에세이집이다. 전신마비의 고통과 외로움이 담긴 만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코끝이 찡해진다. 하지만 작가는 “나의 이야기가 그 누구도 슬프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나도 슬프지 않으니. 그저 작은 끄덕임 한 번이면 좋겠다”고 담담히 전한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