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6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텍사스의 꿈은 이뤄질까
텍사스 레인저스는 1961년 창단됐다. 원래는 워싱턴 세너터스였다. 1972년 연고지를 알링턴으로 옮기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미국 43대 대통령이던 조지 부시가 구단주(1989년~1994년)였던 때도 있었는데, 그는 청문회에서 야구단이 비자금 축적을 위한 창구가 아님을 소명해야만 하기도 했다.
박찬호, 추신수가 거쳐 갔던 팀으로도 유명한 텍사스는 팀 창단 뒤 단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애틀 매리너스, 밀워키 브루어스, 콜로라도 로키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도 월드시리즈 정상에 서 본 적이 없지만 창단 연도만 놓고 보면 텍사스의 우승 가뭄(62년)이 가장 길다. 1948년 월드시리즈 우승 뒤 75년간 무관의 설움을 겪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 비할 바 못 되지만 그래도 클리블랜드는 우승 맛이라도 봤다.
텍사스는 2010년과 2011년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나 우승 트로피를 품지는 못했다. 2021년에는 시즌 102패의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2년 만에 반등하면서 창단 첫 왕좌를 위한 대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텍사스의 상대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애리조나 또한 김병현이 뛰었던 2001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다. 애리조나는 피닉스를 연고지로 하고 1998년 창단된, 비교적 역사가 짧은 팀이다.
텍사스와 애리조나 모두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디비전시리즈, 챔피언십시리즈를 뚫고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올랐다. ‘언더도그의 반란’으로 명명되는데, 두 팀의 2023시즌 정규리그 합산 승수는 174승(텍사스 90승72패, 애리조나 84승78패)으로 이는 162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른 시즌의 월드시리즈 매치업 역대 최저 수치다. 그만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매치업이다. 두 팀은 가을야구에서 나란히 시즌 100승 이상의 팀(볼티모어 오리올스, LA 다저스)을 격침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따르면, 정규 시즌에서 텍사스는 상대 팀을 득실 차이에서 881-716(+165)으로 앞섰고, 애리조나는 746-761(-15)로 뒤졌다. 이는 뉴욕 양키스(득실 차이 +309)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득실 차이 +114)와 맞붙었던 1998년(195점 차이) 이후 정규 시즌 득점 차이(180점 차이)가 제일 큰 월드시리즈 매치업이다. 통산 정규 시즌 성적을 놓고 보면, 텍사스가 애리조나를 상대로 28승25패(0.528)로 우세를 보였다.
2021년 나란히 100패 이상을 한 팀이지만 텍사스와 애리조나는 월드시리즈 로스터 구성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엠엘비닷컴 보도에 의하면, 텍사스는 26명 엔트리 중 21명이 FA 계약(9명)이나 트레이드(12명) 혹은 다른 팀에서 웨이버 공시된 선수를 데려온 케이스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뽑힌 이는 5명뿐이다. 반면 애리조나는 12명이 신인 드래프트나 인터내셔널 계약을 통해 데려온 이들이다. FA 영입은 5명. 텍사스가 공격적인 투자로 팀을 재건했다면, 애리조나는 자체 육성을 통해 팀 리빌딩을 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 텍사스는 지난 두 시즌 동안 FA에 8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텍사스는 올해 가을야구(12경기)에서 OPS(장타율+출루율) 1위(0.825)의 팀이다. 애리조나(12경기)는 5위(0.741). 마운드를 살펴보면 애리조나가 평균자책점 3.23으로 텍사스(3.67)에 앞선다. 선발의 위력은 비슷한데 불펜에서 애리조나(평균자책점 2.94)가 텍사스(평균자책점 3.72)보다 기록 면에서 낫다.
닮은 듯 닮지 않은 텍사스와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1차전은 28일 오전 9시5분(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다. 선발 투수로는 네이선 이볼디(텍사스), 잭 갤런(애리조나)이 나선다. 이볼디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점 2.42의 호투를 보여주고 있고, 갤런은 2승2패 평균자책점 5.24를 기록 중이다. 1차전 시구는 부시 전 대통령이 할 예정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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