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재건축’ 투자하는 자산가들... “130억원대 매물 나와”

이미호 기자 2023. 10. 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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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잡음’에도 잇따라 신고가 경신
한강변 아파트 희소성↑

‘대한민국 부촌’의 상징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 구(舊) 현대 아파트에서 130억원대 매물이 나왔다. 최근 설계사 공모를 두고 잡음이 있었음에도 호가가 치솟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한강변 아파트의 희소성이 커지면서 압구정을 중심으로 자산가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 압구정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구현대아파트 6·7차 단지(76동) 전용 면적 264㎡(9층)가 13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해당 물건은 소유주가 잔금 조건을 ‘일몰제 기한 연장’이 끝나는 시점인 내년 4월 이후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A씨는 “해당 물건은 잔금 치르는 날짜를 내년 일몰제 적용 시점 이후로 설정한 것이 맞다”고 했다.

일몰제는 ‘조합원 지위 양도’를 말한다.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규정에 따르면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실거주한 1주택자만 매도가 가능한데, 해당 단지는 투기과열지구라는 점에서 이 규정이 적용된다. 다만 예외 규정에 조합 설립 후 3년내 사업시행인가가 나지 않고 3년 이상 보유한 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게 돼 있다. 해당 단지는 2021년 4월에 조합을 설립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4월이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지니까 물건을 내놓은 것 같다”면서 “아파트 가격에 조합원 지위까지 가치를 매긴 가격 같다”고 했다.

아울러 집값이 상당수준 회복된 만큼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려는 고액 자산가들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용 264㎡가 거래된 것은 지난 2021년 4월로, 당시 80억원에 거래됐다. 재건축이 되면 해당 물건은 펜트하우스가 유력한 평수로, 미래가치를 보고 130억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이 나온 것이 아니겠냐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압구정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당장 코 앞을 보지 않고 늘 멀리 내다보고 매수 타이밍을 가늠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너무 비싸게 불렀다’는 반응도 나온다. ‘호가’는 말 그대로 부르는 값이라는 점에서 의미부여를 크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너무 비싸게 불렀다. 100억원 정도면 잘 팔았다 싶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고가는 보란듯이 경신하고 있다. 최근 구현대 1·2차 단지 198㎡가 90억원에 계약됐는데, 전부 현금으로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 거래가격은 2021년 3월 63억원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이날까지 서울시 강남구에서 최고가로 거래된 10곳 중 5곳은 압구정 소재 아파트였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는데 압구정 신현대(현대 9,11,12차) 183㎡가 69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거래인 지난 8월 62억6000만원 보다 6억 9000만원 올랐다.

구현대 6·7차 157㎡는 68억5000만원에 매매거래가 체결됐고, 현대 1·2차 160㎡는 67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7월(65억원) 보다 2억원 올랐다. 재건축 단지는 아니지만 현대빌라트 181㎡도 66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다.

특히 압구정3지구(동호대교와 성수대교 사이 현대아파트, 구정초·중·고교)는 압구정동 중에서도 입지가 가장 좋고, 단지 규모가 가장 크며, 집값도 가장 비싼 단지로 통한다. 하지만 그만큼 갈등이 불거질 요소가 많다. 실제 지난 7월 설계공모 과정에서 희림의 설계안이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벗어났다는 판정을 받았고, 그럼에도 희림이 더 많은 주민투표를 받았지만 공모 결과는 무효가 됐다. 이후 설계 재공모에 나섰고 기존에 응모했던 희림건축과 해안건축이 다시 맞붙게 됐다. 새로운 설계안은 내달 중순쯤 공개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압구정 구현대아파트를 사려는 고액 자산가들은 재건축 완료 시점인 향후 7~8년 정도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국구 부촌’으로 자리매김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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