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저축銀 인수 뛰어든 우리금융...시너지 기대보단 부실 우려

김보연 기자 2023. 10. 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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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포석
5대 지주 중 은행 의존도 가장 높아
규모 커지지만...부동산PF 부실 정상화 힘들 듯
내년도 적자 전망...저축은행업 ‘불투명’
“내부서 회의론도”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우리금융 제공

우리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를 공식화했지만 인수 시너지보단 부실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 부진 여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저축은행 부실 위험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인저축은행 역시 올해 적자 전환하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 덩치 커지지만...부동산PF 부실 상당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전날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 중인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건호 우리금융 상무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는 검토 중인 사안이 맞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최근 삼일회계법인과 실사 자문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사 대상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다. 대주주인 상상인이 각각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상상인은 두 회사를 내년 4월까지 매각해야 되는 상황이다. 상상인은 2019년 불법 대출과 허위 보고, 의무 대출 비율 미준수 등으로 제재를 받았고, 유준원 대표가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지분 매각 명령을 받았다.

그래픽=정서희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3조3398억원, 1조5851억원이다. 우리금융이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인수해 자회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과 합병하면 자산 규모가 6조7114억원으로 늘어난다. SBI저축은행(15조5743억원), OK저축은행(14조5768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8조6111억원)에 이어 업계 4위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인수합병(M&A)이 성사되더라도 당장 비은행 실적 견인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각각 151억원, 1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만 해도 두 저축은행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냈으나 올해 들어 연체율이 높아지며 적자 전환했다. 부실 채권이 늘어나며 비용(대손상각비)이 치솟은 탓이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액은 567억원으로, OK저축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연체율은 14.1%로 저축은행 중 가장 높다. 업황 개선이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도 고민되는 대목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저축은행업은 은행과의 예금 금리 경쟁과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 등으로 적자 가능성이 높다.

◇ “비은행 M&A 절실하지만”...내부선 회의론도

이에 실사 이후 우리금융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실제 M&A로 이어질지 등은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회의적인 시각도 꽤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반대 여론도 있다고 한다”고 했다.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이 속속 시장 매물로 등장하며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점도 M&A의 변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한화저축은행에 이어 자산 규모 업계 6위인 애큐온저축은행도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금융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것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우리금융은 주요 5대 금융그룹 중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다.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93.91%다. KB금융(65.33%), 신한금융(68.07%)과 비교하면 25~28%포인트 차이가 난다. 하나금융이 92.90%로 우리금융과 유사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적도 부진하다. 우리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384억원으로, KB금융(4조3704억원), 신한금융(3조8183억원), 하나금융(2조9779억원) 농협금융(2조450억원) 중 하위권을 기록 중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M&A를 강조해왔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는 등 그룹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으나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해 저축은행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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