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주변 상황 파악이 필요한 상황에 제격, 무선 이어폰 샥즈 오픈핏
[IT동아 한만혁 기자] 요즘 무선 이어폰이 전면으로 내세우는 기능 중 하나가 노이즈 캔슬링이다. 주변 소음을 측정하고 반대 파형을 내보내 상쇄하는 방식으로, 주변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주변 상황을 바로 파악하기 어렵다. 주위에서 아무리 불러도 알아채지 못하고, 대중교통에서 안내방송을 듣지 못해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기도 한다. 골목이나 교차로에서는 안전사고의 우려도 있다.
샥즈(SHOKZ)가 귀를 막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픈이어 방식 무선 이어폰 ‘오픈핏(OpenFit)’을 선보였다. 귀를 막지 않으니 주변 소리가 그대로 들어온다. 그러면서 음악도 들린다. 마치 일상에 배경음악을 깔아놓은 느낌이다. 물론 주변 상황 파악도 용이하다.
편하고 안정적인 오픈이어 이어폰
오픈핏은 오픈이어 방식의 무선 이어폰이다. 오픈이어는 말 그대로 귀를 열어 두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무선 이어폰은 귓구멍 안에 깊숙이 넣는 커널형이나 귓구멍 입구 부분에 꽂는 오픈형이다. 오픈핏은 소리가 나오는 부분이 귓구멍 바로 앞에 위치한다. 귀 안에 넣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귀는 항상 열려 있다.
귀를 막지 않으니 오래 착용해도 답답하지 않다. 수분이나 습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외이도염에 대한 우려도 없다. 귀가 작거나 피어싱 때문에 이어폰을 착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도 오픈핏이라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오픈핏을 착용할 때는 동그랗게 말려 있는 이어후크를 귀에 걸면 된다. 음악이 나오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귓구멍 앞에 자리한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귓구멍 앞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처음 오픈핏을 착용할 때는 불안했다. 보통 이어후크가 달린 무선 이어폰은 음악이 나오는 부분을 귀에 꽂은 후 이어후크를 귀에 걸어 안정감을 더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오픈핏은 다른 지지 부위 없이 이어후크만으로 버텨야 한다. 격한 움직임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 착용해 보니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가벼운 조깅은 물론 머리를 격하게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비결은 이어후크 소재다. 샥즈는 복원력과 탄성이 좋은 0.7mm 초미세 형상기억합금을 넣었다. 덕분에 사용자 귀 굴곡을 부드럽게 감싸며 밀착한다. 또한 음악이 나오는 부분을 귀 안쪽으로 살짝 꺾었다. 제품이 흔들려도 귓바퀴에 걸려 바로 제자리를 찾는다.
무게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픈핏은 좌우 이어폰이 각각 8.3g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2 프로(5.5g), 애플 에어팟 프로 2세대(5.3g), 소니 WF-1000XM5(5.9g) 같은 커널형 무선 이어폰에 비하면 무겁다. 그럼에도 오히려 무게감은 덜하다. 본체와 배터리를 분리해 이어폰 양 끝에 달았기 때문이다. 무게를 분산해 사용자가 느끼는 부담을 덜었다. 귀를 막지 않으니 음악을 끈 상태로 잠깐 다른 일을 하다 보면 귀에 걸려 있는 오픈핏의 존재를 잊게 된다.
간소한 부가 기능
오픈핏의 부가기능은 비교적 간소한 편이다. 그래도 유용한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어 사용하기에 불편함은 없다.
이어폰 조작은 소리 나는 부분 바깥쪽에 있는 터치패널로 한다. 기능은 단순하다. 두 번 두드리거나 길게 눌러 음악 재생과 정지, 트랙 이동을 제어한다. 전용 앱을 통해 볼륨 조절, 음성 비서 호출 등 다른 기능으로 바꿀 수도 있다.
전용 앱에서는 터치패드 기능 설정 외에도 배터리 잔량, 펌웨어 버전, 설명서 등을 확인하고 이퀄라이저, 멀티 포인트 페어링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앱 역시 전반적인 기능은 단순한 편이다.
참고로 멀티 포인트 페어링의 경우 두 개 기기에 동시에 연결해 별도 페어링 없이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이다. 가령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영상을 보다가 스마트폰에 전화가 오면 바로 받을 수 있다. 이 기능은 지난 9월 새로 추가한 것으로 최신 펌웨어로 업데이트해야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통화 품질 개선을 위해 듀얼 마이크와 AI 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적용했고, 블루투스 5.2, IP54 방진방수 등을 지원한다. 물론 노이즈 캔슬링이나 주변 소리 듣기 같은 기능은 없다. 배터리 수명은 이어폰만 사용 시 최대 7시간, 케이스를 이용하면 최대 28시간까지 쓸 수 있다. 5분 충전으로 1시간 작동하는 급속 충전 기능도 추가했다.
다양한 음질 강화 기술 적용
기존 오픈이어 이어폰의 단점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음질이다. 귀 앞에서 소리를 내는 탓에 음질 저하나 왜곡이 많이 발생하는 탓이다. 샥즈는 음질을 개선하기 위해 다이렉트피치(DirectPitch), 오픈베이스(OpenBass), 다이내믹 레인지 컨트롤(DRC) 등의 기술을 적용했다.
다이렉트피치는 역음파를 이용해 사용자 귀와 소리가 나는 부분의 거리와 각도를 측정한 후 귀에 가까운 방향은 볼륨을 키우고 먼 곳은 줄이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외부로 유출되는 소리를 줄이고 한층 균형 있는 사운드를 전달한다. 오픈베이스는 저음 강화 알고리즘이다. 저음의 진동을 귀에 온전히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다이내믹 레인지 컨트롤은 이퀄라이저를 실시간으로 보정해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구현한다.
이외에도 자체 제작한 18x11mm 타원형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넣었다. 기존 16mm 드라이버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무선 이어폰치고는 큰 편에 속한다. 진동판은 강철보다 20배 강한 초경량 탄소섬유와 폴리머 링으로 제작했다. 풍부하고 선명한 사운드 구현을 위해서다.
이들 기술 덕에 귀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도 기대 이상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공기 중에 퍼지는 빈약한 사운드가 아니라, 잘 다듬어진 고급스러운 사운드다. 저음은 적당한 수준으로 받쳐주고, 중고음역의 보컬이나 악기도 충분한 소리를 낸다. 해상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전반적으로 단단하고 힘 있는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단 이는 그리 시끄럽지 않은 환경에서 들을 때다. 주변이 조금 시끄럽다면 저음이 분산되고 중고음이 부각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EQ에서 저음부를 조절하거나 ‘저음 강조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번화가나 교차로의 횡단보도, 대중교통처럼 소음이 심한 경우에는 역시 제대로 들을 수가 없다. 특히 대중교통 안에서는 음악의 경우 어느 정도 들리기는 하지만 영화나 방송을 볼 때는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우리말이어도 자막이 필요할 정도다. 시끄러운 카페에서도 주변 소음이나 옆 테이블의 대화가 그대로 들리니 오롯이 음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용도가 명확한 무선 이어폰
오픈핏은 귀를 열고 사용하는 이어폰이다. 음악을 들을 때에도 주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게다가 편안한 착용감 덕에 오래 사용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배경음악을 깔 수 있는 셈이다.
단 특정 용도에 적합하다. 사무실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적합하다. 언제 누가 불러도 바로 반응할 수도 있다. 집안일 할 때도 좋다. 설거지나 청소기를 돌릴 때 팟캐스트를 듣다가 가족이 말을 걸면 되묻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옆에서 물건을 떨어트려도 바로 대응할 수 있다. 조깅이나 자전거 등 운동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주변 환경을 바로 인지할 수 있으니,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오히려 일반 무선 이어폰보다 낫다.
하지만 주변이 시끄러운 환경에 계속 있어야 한다면 오히려 불편하다. 음악은 물론이고 영상이나 게임 재생도 어렵다. 이럴 때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더 효율적이다.
그러니까 무선 이어폰 하나만 사용한다면 섣불리 추천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특정 용도에서 사용할 서브 이어폰을 찾는다면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가격은 출시가 기준 24만9000원으로 저렴한 편이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것 같은 용도라면 값어치는 충분하다.
오픈핏에 관심이 간다면 일단 주로 사용할 환경과 용도를 먼저 확인하고 선택하길 권한다. 음악에 오롯이 몰입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주위 환경 파악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충분히 유용한 제품이니까.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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